한중 정상회담 이모저모
11년만에 국빈방한 시진핑에
李는 바둑판·나전칠기 선물
만찬 건배사로 ‘건배·간베이’
고전詩 주고받으며 화기애애
메뉴는 마라맛 전복·닭강정
習, APEC엠블럼 ‘나비’ 언급
“내년 中선전까지 날아오길”
11년만에 국빈방한 시진핑에
李는 바둑판·나전칠기 선물
만찬 건배사로 ‘건배·간베이’
고전詩 주고받으며 화기애애
메뉴는 마라맛 전복·닭강정
習, APEC엠블럼 ‘나비’ 언급
“내년 中선전까지 날아오길”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친교 시간에 한중 정상이 준비한 선물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본비자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했고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 스마트폰과 문방사우 세트를 선물했다./경주 김호영 기자 |
“가까운 사이만큼이나 양국 건배사가 닮았다. 제가 건배라고 말하면 여러분께선 건배 또는 간베이(干杯)라고 답해주시면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한중정상회담에 이어 경주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이같이 건배를 제의하자 양국 관계자들은 미소를 띠었다. 이 대통령이 한국어와 중국어 발음이 유사한 건배사를 내놓으며 한껏 친근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제재 완화도 진전을 이뤄냈다.
경주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한중 정상은 고전과 한시 구절을 읊으며 우정을 다졌다. 먼저 이 대통령은 ‘봉황이 날 수 있는 것은 깃털 하나의 가벼움 때문이 아니고, 천리마가 달릴 수 있는 것은 다리 하나의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란 중국 고전을 인용하며 양국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주 출신이었던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신라로 귀국할 때 남겼던 시를 읊었다. 시 주석은 ‘돛을 달아서 바다에 배 띄우니 긴 바람에 만 리에 나아가네’라며 양국 우호가 생기·활력을 발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한 ‘바둑판’(왼쪽)과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 |
이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미래를 위한 혁신에 힘을 모을수록 양국 국민은 함께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 이슈를 두고선 “흔들림 없이 평화를 위한 길을 함께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다”며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가 이데올로기 차이를 뛰어넘었다”며 “중국은 중한 관계를 일관되게 중시해왔고, 중한 우호를 주변 외교의 중요한 위치에 두고 있다”고 화답했다. 또 “서로를 존중·신뢰하며 함께 협력·상생하고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는 좋은 이웃 관계를 유지하자”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문화 공연에서도 양국 교류·협력을 강조했다. 양금 연주가 윤은화 씨가 중국 음악 ‘천년만세’를 현대적으로 재창작해 연주했다. 양금은 유럽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진 악기다. 한중 전통악기 3중주뿐 아니라 한국 청소년 합창단이 중국 민요를 노래하기도 했다.
만찬장에서는 한한령 제재 완화를 시사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동석했던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 시 주석과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얘기를 나누다가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자는 제안에 호응해 왕이 외교부장을 불러 지시했다”고 밝혔다.
메뉴와 인테리어에도 한중 협력의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이 오랫동안 즐겨왔던 만두(새우딤섬·김치만두)가 테이블에 올랐으며 닭강정과 마라소스 전복도 선보였다. 대통령실은 “중국을 사로잡은 한국의 맛과 한국을 사로잡은 중국의 맛을 함께 선보여 끊임없이 이어온 우정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즐겨 찾는 술 ‘몽지람’도 만찬장에 나왔다. 한중 수교 33주년을 기념한 한국 3색 매작과·과일과 중국 디저트 즈마추가 보성 녹차와 함께 올라왔다. 무대 오른편에는 성덕대왕 신종, 동궁·월지, 첨성대 그림을 뒀다. 왼편에는 중국 시안 대안탑과 둔황 막고굴 사진이 배치됐다.
4대 그룹 총수도 국빈 만찬에 총출동하며 한중 경제협력 의지를 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중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인사하며 담소를 나눴다.
만찬에 앞서 양국 정상은 친교 일정을 통해 선물을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본비자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건넸다. 바둑 애호가로 알려진 시 주석은 “정교하게 만들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는 은 손잡이 탕관과 은잔 세트, 영양그림과 아이크림을 선물했다. 시 주석이 화장품을 보며 “여성용이냐”며 농담하자 이 대통령이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중국 측에서도 답례 선물을 건넸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디스플레이는 한국 제품”이라며 샤오미 스마트폰 2대를 선물했다. 해당 모델은 LG디스플레이 제품이 탑재된 샤오미15 울트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받은 이 대통령이 “통신보안은 되냐”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시 주석도 “백도어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받아쳤다.
이 대통령에게는 옥으로 만든 붓·벼루 등 문방사우 세트를 함께 증정했다. 펑 여사는 김혜경 여사를 위해 중국 찻잔 세트를 준비해와 건넸다. 이 대통령은 “보이차를 우려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화답하면서 중국어로 감사 인사를 함께 전하기도 했다.
앞서 한중 정상은 지난달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공식 환영 만찬에서 경주 APEC 회의 엠블럼인 나비를 매개로 교감했다. 이 대통령이 문화공연에 등장한 로봇 나비를 거론하며 “내년에도 나비를 아름답게 날릴 것인가”라고 묻자 시 주석은 “이 아름다운 나비가 (중국) 선전까지 날아와 노래까지 하면 좋겠다”며 연결성을 강조했다. 선전은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