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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게임’이 다저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WS 2연패, 왜 결정적 장면으로 뽑혔나 [LAD WS 2연패③]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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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게임’이 다저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WS 2연패, 왜 결정적 장면으로 뽑혔나 [LAD WS 2연패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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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는 토론토와 월드시리즈에서 예상 외로 고전 중이었다. 다저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토론토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여기에 휴식도 더 많이 취했다. 다저스는 밀워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네 판으로 끝낸 것에 비해,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시애틀과 7차전 혈투를 벌였다.

그런데 토론토 타선이 특별한 슬럼프 없이 타올랐고, 반대로 다저스는 타선이 침체되며 5차전까지 오히려 2승3패로 밀렸다. 한 판만 지면 탈락하는 상황에서 6·7차전이 원정인 로저스센터에서 열린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제아무리 스타 군단이라고 해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월 31일(한국시간), 6차전을 앞두고 로저스센터에서 공식 훈련을 시작한 다저스 선수단의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모든 다저스 선수들은 물론 관계자들까지 폭소케 하는 장면 하나가 연출된 것이다. 바로 김혜성(26)과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달리기 경기였다. 누가 1루에서 3루까지 빨리 뛰는지를 내기했다. 당초 김혜성과 코치의 내기였는데 로버츠 감독이 끼면서 판이 커졌다. 로버츠 감독도 현역 시절에는 대단한 도루 성공률을 자랑하는 뛰어난 주자였다.

로버츠 감독은 1·2루 사이에서, 김혜성은 1루에서 경기를 시작한 가운데 사실 승부는 시작 전부터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로버츠 감독이 현역 시절 준족이라고 해도 지금은 50대 아저씨고, 김혜성은 다저스 내 최고의 스프린트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상대가 안 됐다. 김혜성도 80% 정도의 힘으로 뛰었지만 이미 2루를 밟는 시점 로버츠 감독을 추월할 상황이었다.


김혜성이 그냥 이겼다면 아마도 이 장면은 화제가 안 됐을 것이다. 여기서 로버츠 감독이 2루를 돌다 말 그대로 앞으로 엎어져 넘어지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감독이 달리기 내기를 하다 굴욕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의 파급력은 컸다. 모든 선수들이 다 웃을 수 있었고, 6차전을 앞두고 긴장을 풀어낼 수 있었다. 옷이 흙으로 범벅이 된 로버츠 감독은 “다시는 이런 내기 안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선수들은 그런 감독을 보며 전의를 다졌다.

팀의 핵심 선수이자, 3차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인 프레디 프리먼은 7차전 승리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FOX스포츠와 경기장 인터뷰에서 이 장면이 팀의 역전 월드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인정했다. 프리먼은 “어제(6차전) 경기 전 휴식일 때 닥(로버츠 감독)이 김혜성과 경쟁하려다 땅에 쓰러졌을 때 (팀)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았다”고 웃었다. 그 장면을 두고 프리먼이나 미겔 로하스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은 6·7차전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는데 실제 그렇게 된 것이다.


다저스는 6차전과 7차전을 모두, 그것도 극적으로 이기면서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2연패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뉴욕 양키스가 3연패를 달성한 뒤 처음이다. 토론토도 정말 잘 싸웠지만, 마지막 승부처 고비에서 다저스가 웃었다. 6차전에서는 보기 드문 끝내기 병살 플레이가 나왔고, 7차전에서는 3-4로 뒤지고 있던 9회 1사 후 미겔 로하스의 극적인 동점 솔로포, 그리고 연장 11회 윌 스미스의 역전 솔로포, 연장 11회 위기에서 다시 끝내기 병살타 승리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쓰였다.


다저스는 1차전에서 토론토 방망이의 가공할 만한 힘을 확인하며 4-11로 졌다. 7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토론토지만, 적어도 타선은 생생한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만 막아서 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다저스가 실감했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을 때 2차전에서 영웅이 등장했다. 선발로 나선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9이닝 완투승을 거두면서 토론토 방망이를 잠재우고 귀중한 1승을 챙긴 것이다. 야마모토의 역사적인 월드시리즈 대서사시가 쓰이는 순간이었다.


3차전에서는 월드시리즈 역사에 남을 만한 혈투가 벌어졌고 다저스가 이기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날 3차전은 연장 18회, 경기 시간만 6시간 39분이 걸린 대혈투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투수를 총동원해 토론토 타선을 막아낸 뒤 연장 18회 프레디 프리먼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이겼다. 프리먼은 지난해에 이어 월드시리즈에서 두 번의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로 기록됐다.


4·5차전을 졌지만 6차전 혈전을 이긴 게 결정적이었다. 그것도 극적이었다. 다저스는 야마모토의 6이닝 1실점 투구에 이어 7회는 저스틴 로블레스키, 8회는 사사키 로키가 1이닝을 막았다. 그러나 9회 사사키가 흔들리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사사키는 선두 알레한드로 커크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고, 이어 애디슨 바저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맞았다. 1루 대주자이자, 토론토 최고의 스프린터인 마일스 스트로가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공이 펜스 사이에 낀 것을 ‘대수비’ 저스틴 딘이 확인했다. 규정을 잘 알고 있었던 딘은 영리하게 손을 번쩍 들었고, 심판진은 결국 인정 2루타로 판정했다. 3-2, 최소 무사 2루 상황이 3-1, 무사 2,3루로 바뀐 것이다. 대수비 요원이 팀을 구했다. 여기서 등판한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어니 클레멘트를 1루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안드레스 히메네스의 타구를 좌익수 키케 에르난데스가 직선타로 처리함과 동시에 곧바로 2루로 던져 미처 귀루하지 못한 바저를 잡아내면서 극적으로 경기가 끝났다. 2루수 미겔 로하스의 포구가 돋보였다.

그리고 운명의 7차전은 여러 하이라이트를 만들었다. 오타니 쇼헤이가 보 비셋에게 3점 홈런을 내줘 끌려가던 경기를 다저스는 야금야금 추격했다. 그리고 3-4로 뒤진 9회 1사 상황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친 경험이 거의 없는 베테랑 로하스가 극적인 좌월 동점 홈런을 만들며 다저스를 구해냈다. 10회 끝내기 위기를 넘긴 다저스는 11회 윌 스미스의 솔로홈런으로 이날 첫 리드를 잡았고, 전날 96구를 던지고 다시 등판한 야마모토의 역투 속에 우승을 확정했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정말 이렇게 각본을 짜기도 쉽지 않은 월드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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