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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앤드루 왕자 작위 박탈에도…영국 ‘군주제 필요한가’ 논란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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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앤드루 왕자 작위 박탈에도…영국 ‘군주제 필요한가’ 논란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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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엄궁, 지난달 30일 절차 개시
각종 매체서 ‘군주제 폐지 토론’
정치권도 불문율 깨고 왕실 언급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사진)가 성범죄 의혹 끝에 왕자 작위를 박탈당하면서 영국 왕실을 둘러싼 존폐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버킹엄궁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앤드루 왕자의 작위와 칭호, 훈장을 모두 박탈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왕자 작위가 박탈된 건 1919년 1차 세계대전 때 독일 편을 든 어니스트 아우구스투스 왕자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왕자는 미국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 여성을 여러 차례 성착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피해자인 버지니아 주프레가 자신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재판 없이 합의했으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의혹을 부인해왔다. 주프레가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후 회고록이 공개되면서 앤드루 왕자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보수적인 영국 왕실이 내린 이례적인 결단을 두고 영국 언론은 존폐 위기 앞에 선 왕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왕실이 작위 박탈을 알리는 성명에서 “앤드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질책이 필요하다고 판단” “학대 피해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와 지지” 등을 명시한 점에 주목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격앙된 대중 정서에 공감하는 이런 대응은 충격적일 만큼 왕실답지 않은 반응이었다”며 “생존하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앤드루 왕자가 국왕의 차남에게 주어지는 ‘요크 공작’ 작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17일부터 왕자 작위를 박탈당할 때까지 며칠 동안 영국 주요 라디오와 TV에선 황금시간대에 군주제 폐지를 주제로 공개 토론이 벌어졌다. 텔레그래프는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이후로 본 적이 없는 수준의 강도였다고 전했다.

군주제에 대한 영국 내 지지 여론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영국 사회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군주제가 영국에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1983년 86%에서 2024년 51%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같은 기간 3%에서 15%로 높아졌다.


BBC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 정치권에서 왕실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국 의회나 정부에선 왕실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졌는데, 최근 몇주 사이 앤드루 왕자를 왕위 계승 서열(8위)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왕실의 앤드루 왕자 작위 박탈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그를 왕위 계승 서열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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