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해
무역협상·평화 수호 이미지 각인
日·경주 APEC서 잇단 양자회담
韓 3500억달러 투자 세부안 확정
대훈장·신라금관 선물에 푹 빠져
中과는 상호 보복조치 1년 유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그의 '거래외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또 지난달 중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자신의 외교 스타일을 선보였다.
미일 두 나라 정상외교와 양국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과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무역협상·평화 수호 이미지 각인
日·경주 APEC서 잇단 양자회담
韓 3500억달러 투자 세부안 확정
대훈장·신라금관 선물에 푹 빠져
中과는 상호 보복조치 1년 유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그의 '거래외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또 지난달 중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자신의 외교 스타일을 선보였다.
미일 두 나라 정상외교와 양국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과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트럼프식 외교'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초강대국의 힘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며 지역 평화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했다. 글로벌 무역 강국인 한국과 일본 방문에서는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약속을 끌어냈다.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년 만에 만나 무역 휴전을 이끌어냈지만, 1년짜리 합의에 그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 다시 재점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세안서 조정능력 과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과는 19% 상호관세율 합의를 도출했고, 베트남과는 기존 20% 상호관세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태국과 캄보디아 간 휴전 협정에 증인으로 참석하며 분쟁 중재자이자 평화 수호자 이미지를 강화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지난 7월 국경 충돌로 포격전 직전까지 긴장이 고조됐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하며 사태 진정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성과는 동남아 국가들의 중국 견제 참여다. 셰이 웨스터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아시아 경제담당 국장은 "미국은 말레이시아·캄보디아와의 무역협정에 '경제안보 조항'을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제3국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나 경제안보 조치를 취하면 해당 국가도 동참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실제 이행 국면에서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압박을 헤쳐 나가려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와는 또 미국으로 희토류 또는 핵심광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할당(quota)을 두지 않겠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미·중, 1년짜리 '불안정한 휴전'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었다. 양국 합의 내용은 앞서 대부분 예고됐던 대로 진행됐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미국은 100%가 넘는 추가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고, 펜타닐 관련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주요 외신들은 이번 합의를 '불안정한 휴전'으로 평가했다. CNN은 "이번 회담은 포괄적 무역 협정이 아니라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한적 합의에 기초한 불안한 휴전"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양국 무역 갈등의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1년은 양국이 무역·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커틀러 ASPI 부소장은 "근본적인 이견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양국이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중국은 자급자족 강화와 교역 다변화를, 미국은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려 한 것은 전략적 실수"라며 "미국은 이미 대응책을 마련했으며 1~2년 내 희토류 대체 공급망을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에서 '윈윈'
무역 대국인 한국과 일본에서는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협상을 통해 목표를 달성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취임 초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궁합' 외교를 선보이며 국제 무대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 및 대미 투자 약속을 확보했다.
한국과는 총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세부안을 확정했다. 한국은 향후 10년간 매년 200억달러씩 총 2,000억달러를 투자하고, 별도로 1,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 영예의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떻게 환대받았는지 전 세계가 봤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pride@fnnews.com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