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025 APEC 정상회의 및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로런스 웡 총리에게 나전칠기 장식이 된 일렉트릭 기타를 선물했다고 2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음악 애호가이자 수준급의 기타 연주 실력을 갖춘 웡 총리의 취향을 반영해 선물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루즈 루이 여사를 위해서는 목련 문양 다기 세트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
금관 모형, 바둑판, 화장품·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기간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중국·일본 정상에게 건넨 선물들이다. 취향과 정치·외교적 상황을 고려한 ‘선물 외교’는 상대의 호감을 키우고 대화의 물꼬를 터 생산적 회담을 만드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정상에게 제공하는 음식에는 상대국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디테일’이 곳곳에 담겼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의전팀 등은 아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주요 정상의 취향, 음식 등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을 좋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어떤 형식의 금을 주느냐에 고민이 집중됐다. 의전팀 등은 결국 아펙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의 의미를 담아 ‘신라 금관’을 생각해냈고, 곧장 제작에 들어갔다. 금관을 받아 든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아름답다. 특별하다”고 감탄했다.
이창호 9단의 실력을 높이 평가할 정도로 ‘바둑’을 즐기는 시 주석을 위해서는 최고급 목재인 본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 원형쟁반을 선물했다. 2014년 시 주석이 국빈 방한했을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희귀한 빛을 내는 신석 바둑알을 선물했던 만큼 그 바둑알을 올릴 바둑판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의전팀은 양국 정상의 선물 수여식을 정상회담 ‘직전’ 열어 본격적인 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활용했다.
정부는 선물을 통해 정치적 효과뿐 아니라 문화·경제적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취임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말한 다카이치 일본 총리에게 이 대통령은 김과 화장품을 선물했다.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위해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도예 작품인 ‘백자 매화칠보문 이중투각호’를 선물했다. 음악 애호가이자 수준급의 기타 연주 실력을 가진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에게는 나전칠기 장식이 된 일렉트릭 기타를 선물했다. 정상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한국의 문화·예술·산업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소노캄 호텔에서 국빈만찬 전 친교 시간에 한·중 정상이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보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본비자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나전칠기 자개 원형쟁반을 선물했고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 스마트폰과 문방사우 세트를 선물했다. 대통령실 제공 |
오찬·만찬 메뉴에는 곳곳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오찬에 올랐던 디저트에는 초콜릿으로 ‘피스!’(PEACE·평화)라는 글귀를 접시에 새겼다. 이 대통령이 지난 8월 정상회담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피스메이커가 돼달라”고 부탁했던 만큼 이 기억을 계속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 메뉴로는 중국에서 인기 많은 한국의 닭강정과 한국에서 대중화된 중국 대표 향신료인 ‘마라’를 활용한 전복 요리가 올랐다. 한-중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도 양국 국민 간 ‘식문화 교류’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한 것이다. 후식으로는 삼색 매작과(한과)와 삼색 과일 등이 올랐는데, 한-중 수교 33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포함됐다. 카니 총리와 한 오찬에서는 양국 국기가 새겨진 마카롱이 디저트로 상에 올랐는데, 카니 총리가 따로 포장해 달라고 할 정도로 음식에 만족했다고 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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