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전략적 동반자관계 복원
대통령실 “서해 中구조물 등
양국정상 폭넓게 대화 나눠”
북핵 등 안보현안은 입장차
70조원 원·위안화 스왑 연장
서비스·투자 FTA 확대 논의
대통령실 “서해 中구조물 등
양국정상 폭넓게 대화 나눠”
북핵 등 안보현안은 입장차
70조원 원·위안화 스왑 연장
서비스·투자 FTA 확대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이번 회담에 시진핑 국가주석(맨 왼쪽)과 왕이 외교부장(왼쪽 둘째) 등이 참여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둘째),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 셋째) 등이 배석했다. 경주 김호영 기자 |
지난 1일 한중정상회담에서 10여 년간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 대한 해제 논의가 이뤄지면서 양국 민간 분야 교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원(약 4000억위안) 규모 통화스왑을 5년간 연장하기로 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비스와 투자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에 온기가 도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한중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을 갖고 “이재명 정부의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對)중국 외교를 통해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어 “지금까지 한중 관계 발전에 부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권 피탈 시기 어려움을 함께한 역사적 경험과 양국 모두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호혜적 협력의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 양 정상은 이 같은 한중 관계 자산을 토대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발전에 뜻을 같이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한국은 국가 간 파트너십을 △동반자 관계 △포괄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 동맹 관계로 구분하는데, 후자로 갈수록 파트너십이 보다 긴밀하고 공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에선 그동안 경색됐던 양국 민간 분야 교류·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위 실장은 특히 한한령과 관련해 “엄격하게 논의되지 않았으나 진전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서로 문화를 교류하고 협력을 많이 하자(고 했고), 콘텐츠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있었다”며 “실무적 소통을 통해 조율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정상회담 만찬 자리에서 K팝 가수들의 중국 베이징 공연에 전향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한한령은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시작됐다. 다만 공식 정부 명령이 아닌 문화·방송당국이 구두로 지시하거나 심의 및 판권 처리 과정에서 한국산 콘텐츠 유통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공식 인정한 적은 없다.
시 주석의 K팝 공연 발언이 나오고 실무 단위 논의가 시작될 예정인 만큼 한중 민간 교류 재개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양 총영사를 지낸 신봉섭 광운대 교수는 “이번 회담의 함의는 그동안 엉망이 됐던 한중 관계를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리셋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양국은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양해각서(MOU) 6건과 계약서 1건을 체결했다. 양국이 체결한 것은 △실버 경제 분야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 추진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한국산 감 생과실의 중국 수출 식물 검역 요건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와 원·위안 통화스왑 계약서다.
통화스왑은 한중 중앙은행 간 5년 만기 70조원 규모다. 한국과 중국은 2002년 20억달러 규모로 첫 통화스왑을 체결한 이래 기간을 계속해 연장하고 규모도 확대해왔다. 앞서 양국이 2020년 체결한 4000억위안 규모 통화스왑 협정이 지난달 10일 만료된 터라 이번 스왑 체결은 기한을 다시 연장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서비스 무역 교육 헙력 강화 MOU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영역 협상과 관련해 양국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위한 전초 단계로 볼 수 있다.
한중 FTA는 2015년 발효됐으나 주로 공산품과 농수산물 등 상품 교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단계 협상은 서비스(금융·통신·교육·문화 등), 투자(직접투자·기업 진출) 분야로까지 추가 개방 범위를 확대해 경제협력 구조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선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제재 방침,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 한국의 핵연료 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까지 폭넓게 다뤄지면서 합의문은 도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양 정상이 민감 현안까지 폭넓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합의문이 도출되기 쉽지 않았다”며 “다소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당장 한중정상회담을 놓고 빈손 회담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한령 해제, 서해 인공 구조물 철거 등 한중 관계의 핵심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나 진전은 없었다”며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한중 통화스왑 연장 등과 같은 소기의 성과도 있었으나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빈손 회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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