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0~5시 심야 배송 제한' 제안에
"소비자 편익, 직업 선택 자유 침해" 반발
2020년 이래 쿠팡선 노동자 20여 명 사망
오해와 달리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아냐
"국민 편의 유지하며 위험도 없애자는 것"
택배노동자의 심야·휴일 과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심야시간(자정~오전 5시) 배송 제한'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진 뒤로, 새벽배송 규제 논쟁이 커지고 있다.
반복적인 야간 노동의 위험성은 의학적으로 확인돼 있고, 이재명 대통령도 SPC 사망 사건에서 강조한 바다. 그러나 "새벽배송을 사용해 온 2,000만 소비자의 편익을 침해한다"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택배노조의 방안이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품목 제한 등 일부 서비스 조정을 전제로 하기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관련 주체나 전문가들은 각자 내세우는 해법은 달라도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건강권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계에 따르면 2020년 이래 쿠팡에서 배송기사 등 20여 명이 사망했는데, 이 같은 '죽음의 배송' 체제를 더는 방치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 편익, 직업 선택 자유 침해" 반발
2020년 이래 쿠팡선 노동자 20여 명 사망
오해와 달리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아냐
"국민 편의 유지하며 위험도 없애자는 것"
'심야시간 배송 제한' 논쟁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전하며 논쟁의 불을 키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 사진)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하상윤 기자·전 장혜영 의원실 제공 |
택배노동자의 심야·휴일 과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심야시간(자정~오전 5시) 배송 제한'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진 뒤로, 새벽배송 규제 논쟁이 커지고 있다.
반복적인 야간 노동의 위험성은 의학적으로 확인돼 있고, 이재명 대통령도 SPC 사망 사건에서 강조한 바다. 그러나 "새벽배송을 사용해 온 2,000만 소비자의 편익을 침해한다"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택배노조의 방안이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품목 제한 등 일부 서비스 조정을 전제로 하기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박석운(왼쪽에서 두 번째)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택배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故 쿠팡 택배노동자 추모 및 퀵플렉스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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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주체나 전문가들은 각자 내세우는 해법은 달라도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건강권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계에 따르면 2020년 이래 쿠팡에서 배송기사 등 20여 명이 사망했는데, 이 같은 '죽음의 배송' 체제를 더는 방치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자 건강권과 소비자 편의 조화를
지난 2021년 2월 15일 서울 쿠팡 서초1캠프 앞에서 한 배송기사가 트럭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
'쿠팡 새벽배송 규제' 논쟁의 발단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1차 전체회의에서 택배노조가 심야시간 배송 제한을 제안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다.
해당 협의체는 최근 심야배송과 주7일 배송이 일반화되며 택배노동자의 노동환경 악화와 과로사 문제가 잇따르자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2021년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합의' 때는 불참했으나, 그사이 규모가 커진 '새벽배송 리더' 쿠팡·마켓컬리가 참여했다. 이들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부, 양대노총, 소비자 단체, 기존 택배회사 등이 참여한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내놓은 안은 현재 △주간조(오전 9시~오후 8시)와 △야간조(오후 10시~오전 7시)로 나뉜 배송조를 개편해, 심야시간대(자정~오전 5시)는 근무를 제한하고 △오전 5시 출근 △오후 3시 출근 등 2개 주간조를 두자는 내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벽배송 전면 금지'라면서 소비자 불편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새벽 장보기가 필수가 된 2,000만 국민들의 일상생활, 새벽배송으로 돈을 버는 택배 기사들의 삶이 모두 망가질 것"이라고 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래픽= 송정근 기자 |
그러나 '전면 금지'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택배노조 측 반박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아침 일찍 받아야 하는 긴급한 품목에 대해서는 품목 사전 설정 등을 통해 기존처럼 받는 게 충분히 가능한 방안"이라며 "오전 5시에 출근하는 근무조가 새벽배송 물품을 배송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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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관계자는 "새벽배송의 위험을 제거하면서도 택배노동자의 일자리와 생계는 유지하고, 국민들이 받았던 편의도 유지하자는 게 논의의 대전제"라며 "예컨대 새벽배송 가능 제품에 품목 제한을 두거나, 로켓배송 완료 시각을 1시간 늦추는 식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게 의도인데 '전면 금지'라는 잘못된 정보가 사회적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류 작업 등 덜면 노동 강도 줄 것"
지난 9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택배노조와 함께 사회적 대화에 참여 중인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는 문제 의식에 공감하면서도, 해법을 두고는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야간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며 건강을 위협받는 현실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중대한 사회 문제"라면서도 "초심야시간 배송 제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신 야간 배송기사 주5일제, 주 최대 야간 작업시간 50시간 이내 제한, 적정 수입 보장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 경우 야간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되, 현재 임금 수준 보전을 위한 배송 단가 인상 등이 관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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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노동 등을 다룬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저자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심야시간 배송 제한은 대화 기구에서 제시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앞으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은 높은 노동 강도인데, 프레시백(신선식품 배송 가방) 세척, 물류 분류 작업 등을 지금처럼 배송기사가 하는 게 아니라 대대적인 물류 인력 보강을 통해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요컨대 쿠팡도 2021년 체결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합의'를 따르라는 것이다.
'과로사 방지 합의'의 핵심은, 배송기사는 배송 업무만 할 수 있게 물류 분류 작업에는 별도 인력을 투입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쿠팡에서는 물류 초기 분류는 '헬퍼'라고 하는 일용직이 하지만, 최종 분류는 배송기사들이 하고 있다. 최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와 택배노조가 발표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일평균 11.1시간 일하며 이 중 2.6시간을 물품 분류에, 56분을 프레시백 세척 및 반품 정리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