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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 안목, 가전 혁신 이끌었죠"

매일경제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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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 안목, 가전 혁신 이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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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


중국 기업의 저가 공습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사진)은 "가격으로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이는 한국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밀레 회장은 그러면서 "이제 승부처는 가격이 아니다. 중국 기업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주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밀레의 모토는 'Immer Besser(항상 더 나은)'다. 근본적인 기능을 개선해 더 나은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밀레코리아 창립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밀레 회장은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중국 기업들은 규모와 신속성, 디지털 기술 도입 등에서 매우 빠르고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은 유럽에 더 일찍 진출해 있었기 때문에 유럽 시장을 잘 안다. 그래서 유럽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어 중국 기업들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밀레 회장은 '현지화'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밀레의 본사 개발팀이 직접 한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된 밀레는 실제로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목한 식기를 쓰는 한국의 식문화를 반영한 '아시안 바스켓' 기능이 들어 있는 식기세척기가 대표적이다. 고급 빌트인 가전 시장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아파트 등 한국 주거환경에 맞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밀레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높은 안목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다"며 "이들의 피드백이 밀레의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밀레 회장은 기업이 갖춰야 할 또 다른 경쟁력의 원천으로 '공급망'을 꼽았다. 그는 "미국이 부과한 관세로 인해 가전산업의 경기장(Playing Field)이 바뀌었다. 공급망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밀레도 일부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지만 대부분은 유럽에서 수출한다"면서 "이는 다른 경쟁사들도 마찬가지인데 (가전제품의 주 원자재인) 철강, 알루미늄의 국가별 수입 비중이 어떤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높은 관세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저렴하게 조달한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밀레는 1899년 독일에서 설립된 대표적인 프리미엄 생활가전 업체로 2024년 기준 매출이 50억유로, 직원 수는 2만3500명에 달한다. 마르쿠스 밀레 회장은 4대 경영인으로, 창업자 카를 밀레의 증손자다. 2002년부터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으며, 1899년 창립 이래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번갈아 가족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지분은 밀레 가문이 51%, 진칸 가문이 49%를 소유하고 있다. 밀레 회장은 가족경영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할 수 있고,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의식이 장점"이라며 "밀레 가문은 세대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치열한 경쟁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승계자를 고른다"고 설명했다.

밀레코리아의 국내 연 매출은 550억원이다. 8조원 규모인 밀레의 글로벌 매출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꾸준히 투자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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