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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실용외교’ 시험대가 도약대로···‘가교’ 역할 빛난 APEC 계기 슈퍼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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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실용외교’ 시험대가 도약대로···‘가교’ 역할 빛난 APEC 계기 슈퍼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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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타결·핵추진 잠수함 승인
한·중 정상회담선 ‘관계 복원’ 평가
미·중 양국 사이 긴장 완화 성과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열린 미·중·일 정상들과의 회담이 이어진 ‘외교 슈퍼위크’를 마무리했다. 취임 후 5개월 만에 맞닥뜨린 고난도의 시험대였던 APEC 무대를 도약대 삼아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1개국 대표가 참석한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일 외교만 부각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가장 관심을 끈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관세협상 타결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노딜’ ‘빈손 회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던 이번 회담은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양국이 관세협상의 쟁점 중 쟁점이었던 대미 직접 투자 규모와 방식에서 연간 200억달러 분할 투자에 전격 합의하면서 한국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안보 분야의 숙원이었던 핵추진 잠수함은 이 대통령이 회담 공개발언에서 이례적으로 언급하며 의제화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냈다. 끝까지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고수해 협상력을 높인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는 등 밀고 당기기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기대됐던 북·미 정상 간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30일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한·일 정상회담도 순조로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 보수 정치인 이미지가 강했던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 간 우호의 틀을 닦았고 두 정상은 셔틀외교 지속을 통한 미래지향적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예민한 과거사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문제대로 풀고 과제는 과제대로 해나가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투트랙 외교 기조에 대한 공감도 끌어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은 한·중 관계를 복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생 중심이라는 회담 의제를 발굴해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과 보이스피싱 대응 공조 등 양해각서(MOU) 6건을 체결했다. 취임 이후 한·미·일 연대 강화에 초점을 둔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으로 인해 중국이 갖고 있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 회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6년 만에 회담을 하고 무역합의에 이르면서 최고조에 달했던 양국 긴장이 누그러진 것도 APEC 의장국 한국의 ‘가교’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대통령실은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한·미·중 3자 연쇄 회담은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질서의 이정표가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가교의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APEC 정상회의에서 경주선언을 끌어냈고, 인공지능(AI)과 인구구조 변화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해 결과물을 도출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굉장히 중요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려울 것 같던 관세협상을 타결지으며 최악을 피했고, 미·중 무역전쟁 휴전을 이끌어 국제사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것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APEC에서 자국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현 국제질서가 불편한 국가들과의 공동 대응을 제안함으로써 의미 있는 가교 외교, 다자주의 외교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막판까지 첨예한 대립과 진통을 겪었던 만큼 최종 문서화 작업과 그 이후 국내 여론·정치권의 반발에 대처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핵잠수함 추진 등으로 중국과 안보적 긴장 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일본의 우경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실용적 외교력은 여전히 요구된다.

21개국 대표가 참석한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일 외교만 부각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희토류 생산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이번 APEC에 참석했는데 미·중·일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안 보인 것 같다”며 “다자회의다 보니 (외교를) 전방위적으로 해 성과를 올렸다면 더 좋은 APEC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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