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주=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HBM과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소중한 파트너”라며 “양사와 장기적 파트너가 될 것이며 HBM4를 넘어 HBM5와 HBM6, 그리고 HBM97까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맞물려 AI를 구현하는 반도체다. GPU와 HBM 조합을 'AI 가속기'라고 부른다. 엔비디아는 이런 AI 가속기 시장 1위다. AI를 구현하는 서버, 데이터센터에 AI 가속기를 전 세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를 만들 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제품을 주로 썼다. SK가 최대 공급사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긴 했지만 구세대 제품이거나 물량이 한정됐다. 삼성의 기술적 대응이 늦어서다.
그러나 젠슨 황 CEO는 이번에 SK하이닉스 외 삼성도 '장기적 파트너'로 꼽았다. 삼성과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조건들도 갖춰졌기 때문이다.
AI 수요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GPU뿐만 아니라 HBM도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HBM이 있어야 GPU, AI 가속기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 업체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HBM은 D램 셀을 쌓아 만든다.
삼성은 기술 수준도 올렸다. 공급에 난항을 겪던 삼성은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에 HBM3E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 준비도 마쳤다. 경쟁사보다 앞선 최신 D램(1c)으로 HBM4를 준비했다.
AI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HBM이 필요한 만큼 엔비디아는 기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외 삼성전자까지 파트너십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AI 반도체 동맹에 한국 기업의 역할, 나아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황 CEO는 HBM5·6 및 HBM97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제품까지 언급하면서 한국 메모리와의 장기 협력을 강조했다.
제27회 반도체대전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참관객이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또 엔비디아와 한국 반도체 협력은 그 폭을 더 넓히고 있다. 메모리 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으로의 확장이다.
젠슨 황 CEO는 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로보틱스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모두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AP는 엔비디아 임베디드 시스템 플랫폼 '젯슨'을 구성하는 칩으로, 로봇을 포함한 물리적 AI(피지컬 AI)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피지컬 AI 사업 공급망에 삼성전자가 본격 합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테슬라·애플에 이어 또 다른 대형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도 TSMC에서 생산 중이다.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TSMC 기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메모리 중심으로 발전해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제조(파운드리) 분야에서 취약한 산업 구조를 보였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27회 반도체대전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참관객이 삼성전자의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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