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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있죠?”…유튜브에서 MZ 사로잡은 ‘임성한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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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있죠?”…유튜브에서 MZ 사로잡은 ‘임성한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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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엄은향’ 속 드라마 패러디 영상.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 채널 ‘엄은향’ 속 드라마 패러디 영상.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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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있죠? 어느 한국인이요, 글쎄 미국 가서 우리나라 알린다고 ‘두 유 노 박지성?’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듣더래요. 그래서 옆에 있던 셰프가 혹시나 해서 ‘두 유 노 소금?’ 했더니 그제야 사람들이 ‘코리안’ 하면서 온갖 질문 다 퍼붓더래요. 우리나라에 유명한 게 좀 많아요? 소금만 안다는 거 아깝잖아요. 그러니까 어머님도 소금 줄이세요.”



60만 구독자를 보유한 드라마 패러디 전문 유튜버 ‘엄은향’이 올린 한 영상 속 대사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며느리가 짜게 먹는 시어머니에게 잔소리하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인데, 어딘가 익숙하다. 드라마 팬이라면 “말 있죠?”처럼 독특한 줄임말, 조사가 생략된 문장, 드라마 전개와 관련 없는 일장 연설, 똑 부러지는 건지 독불장군인지 헷갈리는 며느리의 성격 등에서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아현동 마님’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 임성한 작가 드라마에서만 쓰이는 화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임 작가 드라마를 패러디하거나 분석한 영상이 소소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어체에 가까운 말투에 예사롭지 않은 성격의 주인공, 막장 드라마 식 전개가 엠제트(MZ)세대에게 흥미롭게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엄은향의 채널이다. ‘드라마 속 혐관 클리셰’처럼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을 코믹하게 따라 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엔 ‘임성한 vs 로코물 혐관 클리셰 차이점’ ‘임성한 vs 김은숙 드라마 속 대사 특징’ 등이 화제를 모았다. ‘내 남자의 여자와 밤의 해변에서 인어 오로라 감상’처럼 김수현 작가, 임 작가, 홍상수 감독 작품의 특징을 한데 모은 패러디 영상이나 영화 ‘기생충’을 임 작가 식으로 풀어낸 ‘신 기생충 왕꽃 아가씨 뎐’ 같은 영상도 있다.



유튜브 채널 ‘엄은향’ 속 드라마 패러디 영상.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 채널 ‘엄은향’ 속 드라마 패러디 영상. 유튜브 영상 갈무리


웃는 얼굴로 할 말 다 하는 며느리와 늘 당하고 분통 터뜨리는 시어머니,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음식 관련 생활상식, 현실에선 잘 안 쓰는 줄임말 같은 임 작가 드라마의 특징을 그대로 묘사했다. 이를 본 이들은 “‘낭비 심하시고 철없으세요’라는 대사에서 엄은향이 임 작가를 고용한 줄 알았다” “항상 여주인공이 ‘알쓸신잡’(알아둬도 쓸데없지만 신비한 잡학)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문장 끝까지 말 안 하고 단어로 끝내는 거 고증 대단하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했다.



임 작가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분석하는 채널도 있다. 유튜브 채널 ‘따치’에는 ‘임성한 유니버스’라는 제목의 쇼트폼 동영상이 있다. 여자 주인공이 결혼할 때 독특한 드레스를 입고, ‘만두는 직접 빚어야 맛있다’는 대사가 빈번하게 나오며, 등장인물이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는 장면이 자주 보이는 등의 특징을 붙여 만든 영상이다. 또 다른 채널 ‘아리영 박사’는 ‘인어 아가씨’ 주인공 은아리영의 주관 강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을 분석한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임 작가 드라마를 보면, 소재는 매우 현실적인데 화법은 일상적이지 않고 괴이한 설정들도 있어 (보는 이들이) 거리를 두고 싶으면서도 흥미를 느끼게 만든다”며 “막장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부분을 탁월하게 짚어내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그게 ‘임성한 유니버스’를 구축한 동력”이라고 짚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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