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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김치 주인공 '배추'에 숨겨진 비밀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정혜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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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김치 주인공 '배추'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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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1600종이 넘는 배추 품종
사계절 내내 끊이지 않고 생산 가능해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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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얼마 전 한 김치 회사의 공장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배추 수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배추에도 품종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됐는데요. 계절에 따라 다른 품종의 배추를 심는다고 하더군요. 찾아보니 실제로 배추 품종 수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국립종자원에 현재 등록된 배추 품종은 1600개가 넘더군요. 그냥 '배추'인 줄만 알았던 배추에도 제법 복잡한 품종의 세계가 있었던 겁니다.

배추의 진화

배추를 이해하려면 먼저 '결구(結球)'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결구는 잎이 말려 들어가 공처럼 둥글게 뭉친다는 뜻인데요. 배추는 결구 정도에 따라 크게 결구배추, 반결구배추, 비결구배추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배추는 비결구배추에서 시작해 반결구, 결구배추로 진화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배추는 유채와 순무가 교잡하면서 탄생한 식물인데요. 그래서 초기 배추는 뿌리가 발달하고 땅 위의 식물체 부분이 더 작았다고 하죠. 이후 육종을 거치면서 뿌리는 퇴화하고 잎은 늘어나게 됩니다. 초기의 배추는 결구가 거의 없어 상추처럼 잎만 자라는 불결구 형태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배추.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배추.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후 배추는 반결구형 배추로 진화하게 됩니다. 결구가 완전하지 않은 중간 형태의 배추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배추로 만든 김치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는 1800년대부터 반결구배추를 재배하게 됩니다. 1800년대 중반 국내에 토착화 한 '개성배추'와 '서울배추' 같은 재래종들이 반결구배추였다고 합니다.

1930년대에는 결구배추인 '호배추'의 재배가 권장되기 시작합니다. 호배추는 재래종과 구분하기 위해 중국에서 왔다는 의미의 '호(胡)'라는 글자가 붙었습니다. 호배추는 결구배추이기 때문에 속이 더 꽉 차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얼더라도 겉잎을 떼어낸 후 먹을 수 있었죠. 수확량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호배추는 재래종보다 억세고 김치로 만들었을 때 감칠맛이 적었다고 합니다. 우거지도 많지 않았죠. 그래서 해방 이후까지도 조선 재래종들이 더 선호됐다고 합니다.

계절마다 다르게

오늘날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배추는 우장춘 박사가 만든 '원예 1호'에서 시작했습니다. 원예 1호 역시 결구배추였는데요. 수확량이 많고 추위에 강하다는 호배추의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는 데다 생육기간이 짧고 속도 단단해 김치로 만들기 적합했습니다.


이 결구배추의 종자를 민간 종묘회사가 보급 받아 다양한 품종의 결구배추로 개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결구형 배추가 국내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현재 우리가 배추김치를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것은 배추에 다양한 품종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년 내내 끊이지 않고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배추를 개량한 덕분이죠. 농가에서는 여름에 장마와 고온에 강한 품종을, 겨울에는 내한성이 높은 품종을 재배합니다. 가을에는 김장철에 맞게 저장성을 강화한 품종을 기릅니다.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CJ제일제당 '그린로즈' 시범 재배지 전경. / 사진=CJ제일제당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CJ제일제당 '그린로즈' 시범 재배지 전경. / 사진=CJ제일제당


예를 들어 '노랑여름배추'는 내서성이 강한 품종으로 여름철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됩니다. '금빛배추'는 김장용으로 저장성을 강화한 가을 배추 품종이고요. '동풍배추'는 내한성이 강한 품종으로 해남 등에서 겨울철에 주로 재배되는 품종입니다.


재미있는 건 배추 품종 이름에 힌트가 숨어있다는 점입니다. '노랑'이나 '황금'이 들어가면 속잎이 노란 품종이고, 'CR'이 붙으면 뿌리혹병에 강한 내병성 품종입니다. '풍'이나 '동' 같은 겨울을 상징하는 글자가 들어가면 월동 재배용이죠.

더 강하게

최근 기후변화 때문에 재배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온 적응성·내건성 품종 개발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낮은 고도에서도 재배 가능한 고온적응 신품종 '그린로즈'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린로즈는 25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결구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요. 결구 형태가 마치 장미 봉오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린로즈라는 이름이 붙었죠. 기존에는 서늘한 고랭지에서 주로 여름 배추를 재배했는데, 그린로즈는 해발 400m 이하 저고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 폭염이나 장마 같은 기후 스트레스에도 강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하네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에는 유통기업들 역시 배추의 품종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기도 합니다. 이마트는 최근 아삭하고 단단한 식감의 '베타후레쉬 절임배추', 일반 배추보다 색이 진한 '황금 절임배추' 등을 판매 중입니다. 과거에는 그냥 '배추'라고 하며 팔았다면 이제는 품종별로 다른 배추의 특징을 내세운다는 점이 새롭습니다.

그렇다면 마트에서 좋은 배추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배추를 들었을 때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고, 손으로 눌렀을 때 속이 꽉 찬 느낌이 드는 게 좋습니다. 특히 김장용 배추라면 결구가 단단할수록 저장성이 좋다고 하네요. 겉잎 상태도 중요합니다. 겉잎이 너무 상하지 않고 신선한 녹색을 띠는 배추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이외에 봄과 여름에 나오는 배추들은 잎이 부드럽고 수분이 많으니 생채나 샐러드로 먹으면 좋다고 하네요.

벌써 김장철입니다. 김장을 위해 배추를 구매하신다면 평범한 배추 한 포기에 담겨있는 농가와 종자회사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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