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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폐막에도 열기는 계속···시민들 “자부심 느꼈다”[경주 A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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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폐막에도 열기는 계속···시민들 “자부심 느꼈다”[경주 A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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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 관광객으로 ‘북적’
“성공적으로 열려 자부심”
도로 통제·예약 취소 등 불편도
1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황리단길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강정의 기자

1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황리단길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강정의 기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폐막하는 1일 오전 찾은 경북 경주시 황남동 황리단길. 좁은 골목 안은 이른 시각부터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부 유명 가게 앞에는 길게 늘어선 줄이 인도를 따라 이어졌다. 손에는 ‘황남빵’과 ‘십원빵’ 상자를 든 관광객들이 웃음 섞인 대화를 나누며 골목을 누볐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인 관광객 사토 미호는 “APEC 때문에 경주에 관심이 생겨 왔다”며 “행사장 주변 경비는 빡빡했지만, 한국 전통거리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황리단길을 찾은 여러 국내 관광객들 역시 “차는 막혔지만, 도시가 깨끗하고 활기가 돌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세계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경주시민 김지민씨(20대)는 “경주에서 세계적인 행사가 열렸다는 점에 자긍심을 갖는다”며 “행사도 별 무리 없이 잘 끝낸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황리단길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경주를 소개할 수 있어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늘며 웃은 상인도 있지만, 손님이 끊긴 가게도 있다.

황리단길에서 전통주를 판매하는 이모씨(30대)는 “평소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았다”며 “매출이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늘었고, 손님의 상당수가 외국인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경주엑스포대공원 인근에 있는 전통음식점 주인은 “버스 정류장이 막혀 단체 손님이 안 들어왔다”며 “행사 기간 내내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이번 APEC 행사 기간 경주엑스포대공원 인근 도로는 회의장 경호로 반복적으로 통제돼 시민 불만이 컸다.

엑스포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42)는 “출근길마다 길이 막혀 돌아가야 했다”며 “안내도 부족해 매번 헷갈렸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모씨도 “엑스포 근처 손님은 태우기 꺼려질 정도였다”며 “어디가 막힐 지 몰라 불안했고, 평소 10분이면 갈 거리를 40분 이상 소요했다”고 했다.

1일 경북 경주시청 인근 숙박업소가 밀집한 지역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관계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강정의 기자

1일 경북 경주시청 인근 숙박업소가 밀집한 지역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관계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강정의 기자


평소보다 숙박요금이 몇 배씩 오르는 등 숙박업소들은 대체로 APEC 특수를 누렸다. 회의 전후로 외교단과 취재진,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도심 숙소 대부분은 일찌감치 만실이 됐다. 경주시청 인근 숙박업소 밀집 지역에는 행사 초기부터 APEC 행사와 관련된 검은색 대형승합차들이 매일같이 주차돼 있었다.

하지만 예약 취소와 통제 구역 지정으로 손해를 본 업소들도 있었다.

인근 숙박업소 주인은 “정부 측에서 APEC 관계자 숙소로 일부 객실을 미리 대거 예약해 갔다”며 “행사 직전 갑자기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난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손님이 늘긴 했지만, 정작 일반 예약 손님은 받지 못했다”며 “결국 방은 비워둔 채 행사 기간을 넘긴 업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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