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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도이치 불기소’ 조사···文 정부 수사라인 제외 땐 ‘편파’ 논란 [서초동 야단법석]

서울경제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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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도이치 불기소’ 조사···文 정부 수사라인 제외 땐 ‘편파’ 논란 [서초동 야단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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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작년 ‘무혐의 종결’ 도이치 사건
특검, 검사 출신 배제한 새 수사팀 구성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봐주기식 부실 수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이 사건 수사에 관여했거나 요직을 맡았던 전·현직 검사들이 잇따라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 초기 수사라인인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특검이 강조해온 ‘공정한 수사’의 명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검찰 출신을 배제하고 변호사 중심의 별도 수사팀을 구성했다. 기존에 이 사건 수사를 이끌던 한문혁 부장검사의 파견 해제로 공석이 된 수사팀장 자리에는 기노성 부장검사가 새로 발령됐다. 이번 별도 수사팀 구성은 김 여사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등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직권을 남용해 수사를 고의로 지연·은폐·비호하거나 증거를 인멸·교사한 행위,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규명하도록 한 특검법상 14호·15호 수사 대상 조항에 근거해 이뤄졌다.

특검팀은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는 과정에서 외압이나 무마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이 사건은 2020년 4월 “김 여사 등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주가조작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주도했으며, 김 여사가 자금을 대는 ‘전주(錢主)’로 참여해 시세조종을 방조하거나 공모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권 전 회장과 전주 손모씨를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했고,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고발 접수 4년 6개월 만의 결론이었다.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에게 계좌를 맡긴 것은 사실이지만, 사전에 범행을 인지하거나 공모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듣는 수사심의위원회 절차 없이 내부 판단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며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올해 4월 서울고검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새로 드러났다. 재수사팀은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 간 통화 녹음파일 수백 건을 확보했는데, 일부 파일에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과 수익의 40%를 배분하기로 언급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인 주식 거래에서 제3자에게 수익의 40%를 배분하는 구조는 매우 이례적이고 이는 김 여사가 사전에 주가조작을 인지했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이러한 자료를 확보하고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검팀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정당했는지, 단순한 판단 착오였는지, 아니면 상급부의 지시나 외압이 작용한 결과였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사건 기록 전반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전 4차장검사, 최재훈 전 반부패수사2부장, 김승호 전 형사1부장 등 불기소 결정 과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직접 증거 없이 과거 기록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의견 개진과 지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려면 강제성과 부당성,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검팀의 수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조짐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20년 고발 이후 정권 교체를 거치며 여러 차례 검찰 수사가 진행된 사안이다. 특검팀이 윤석열 정부 시절 수사라인만 조사하고 문재인 정부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용환 전 반부패수사2부장 등 초기 지휘부를 제외할 경우 “정치적 방향성을 띤 선택적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전 지검장이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점을 들어 특검이 과거 수사라인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문재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성윤, 이정수, 송경호, 이창수 등 네 명의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용환, 조주연, 김영철, 최재훈 등 네 명의 부장검사를 거쳐 수사가 이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부실 수사를 검증하려면 사건 초기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을 살펴야 한다”며 “특정 시기만 문제 삼는다면 공정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는 “특검보가 임명된 지 며칠 되지 않았고, 아직 수사팀 인선과 기록 검토가 진행 중이어서 수사 범위를 단정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검찰 부실 수사’ 의혹을 둘러싼 특검의 움직임을 두고,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특검팀 내부 인선과 운영을 둘러싼 잡음으로 수사의 신뢰성이 흔들린 상황에서 검찰로 수사 초점을 돌려 비판의 화살을 분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김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으로 기소한 특검팀이 ‘검찰의 부실 수사’를 전제로 수사 방향을 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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