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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율촌 변호사, 아리셀 1심 분석
'CSO 선임=대표이사 무조건 면책' 아냐
안전보건 최종 결정권자가 경영책임자
위험성 평가 조작, 과실치사상 근거로
파견법 위반도 중형 선고 결정적 영향
송민경 율촌 변호사, 아리셀 1심 분석
'CSO 선임=대표이사 무조건 면책' 아냐
안전보건 최종 결정권자가 경영책임자
위험성 평가 조작, 과실치사상 근거로
파견법 위반도 중형 선고 결정적 영향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지난 9월 법원은 화성 아리셀 참사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표이사가 아들에게 경영권을 위임하고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했어도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보유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출신 송민경(사법연수원 32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아리셀 사건 1심 판결을 분석했다. 송 변호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 ‘율촌 중대재해센터TV’에 출연해 “경영책임자 판단은 형식적 직함이 아닌 실질적 의사결정권 보유 여부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23명 사망 참사, 대표이사·아들 각 징역 15년
사건 개요를 보면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1차전지 폭발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파견 근로자였다.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출신 송민경(사법연수원 32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아리셀 사건 1심 판결을 분석했다. 송 변호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 ‘율촌 중대재해센터TV’에 출연해 “경영책임자 판단은 형식적 직함이 아닌 실질적 의사결정권 보유 여부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아리셀 참사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율촌 중대재해센터TV’ 영상 갈무리) |
23명 사망 참사, 대표이사·아들 각 징역 15년
사건 개요를 보면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1차전지 폭발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파견 근로자였다.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대표이사 박순관 씨(A)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B)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법인 아리셀에는 벌금 8억원이 부과됐다.
재판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B에게 5가지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첫째, 리튬 1차전지 보관 시 열감지기 미설치다. 둘째, 사고 이틀 전 선행 폭발 후에도 같은 시기 전액 주입된 전지에 대한 발열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셋째, 근로자 안전교육과 소방훈련을 하지 않았다. 넷째,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의 위험성 평가를 소홀히 했다. 다섯째, 비상구 설치·유지 관리 의무를 위반했다.
특히 재판부는 2023년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자료의 시행일만 변경해 서류를 조작한 점을 무겁게 봤다. 송 변호사는 “위험성 평가의 미실시·미흡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위반이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업무상 과실로도 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SO 선임해도 대표이사 면책 안 돼”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경영책임자 판단 기준이었다.
박 대표는 “아들에게 일체 권한을 위임했으므로 경영책임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 다만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경영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권한을 행사할 지위에도 있지 않은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재판부는 안전보건 업무 책임자(CSO)가 선임된 경우 사업총괄책임자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CSO가 별도로 선임되어 있으면 사업총괄책임자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별 사건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사업총괄책임자가 행사한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가 경영책임자가 된다.
송 변호사는 “CSO라는 형식적 직함을 만들어 선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CSO가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인력·조직·예산을 최종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아리셀 참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분석하고 있다. (유튜브 ‘율촌 중대재해센터TV’ 영상 갈무리) |
박순관 대표는 왜 경영책임자로 인정됐나
재판부는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한 근거를 상세히 제시했다.
박 대표는 대표이사로서 경영 전반에 관한 상세한 보고를 받았고 개별 사안에 관해 아들 박 본부장을 지시·감독했다. 일상적 권한은 본부장에게 있었지만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여전히 대표이사에게 있었다.
특히 박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경영권을 행사했고 자금 차용, 출자 전환, 대출 연대보증, 인사 등 중요 업무에 직접 관여했다. 주간 업무 보고나 카카오톡, 전화로 주요 사항을 보고받아 검토 후 지시를 내렸다.
재판부는 “박 대표는 대표이사로서 최종 권한과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총괄본부장에게 위임한 경영권 행사를 감독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중처법 위반 인정…파견법 위반도 중한 처벌 근거로
재판부는 박 대표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의 5가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안전보건 목표 및 경영방침 설정 의무 위반, 위험 확인 및 개선 업무 절차 마련 의무 위반, 안전보건 인력·시설·장비 예산 편성 및 집행 의무 위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업무 평가 기준 마련 및 평가 의무 위반,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 마련 의무 위반 등이다.
재판부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했고, 그 결과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파견법 위반을 지적했다.
아리셀은 군납 전지 품질 미달로 시정 조치를 받자 급작스럽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파견법을 위반해 20명의 파견 근로자를 공급받았다. 숙련되지 못한 파견 근로자들이 충분한 정보 없이 업무에 투입돼 사고 위험에 현저히 노출됐다.
특히 파견 근로자 대부분이 외국인이어서 전문 용어가 포함된 업무 교육 및 안전보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재판부는 “영업 현황 보고를 받고 지시는 강조해 반복했지만 근로자 안전에 유의하라는 경영상 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박 대표를 비판했다.
위험성 평가, 단순 문서 작업 아니다
송 변호사는 기업이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 위험성 평가의 중요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의 위험성 평가는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니다”라며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 판단에서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의 실효적 관리 실시·구축 여부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라고 설명했다.
위험성 평가 미실시는 별도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미실시·미흡으로 근로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거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고 발생 직후 문건을 조작하거나 위조하는 행위는 사문서 위조나 동행사죄 등 별도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송 변호사는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형사처벌로 달성할 수 없는 입법 목적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간 관리자만 처벌해서는 산업재해를 줄일 수 없고, 회사의 안전보건 시스템 구축에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법원은 공감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안전을 돌보지 않고 생산하다가 사고 발생 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유족과 합의하는 것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송 변호사는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뿐 아니라 파견법 등 근로관계법령 전반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아리셀 참사 사건에 대한 1심 법원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율촌 중대재해센터TV’ 영상 갈무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