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무역분쟁 등으로 오랫동안 으르렁거리던 중국-캐나다 정상이 8년 만에 경주에서 마주 앉았다.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여온 두 나라가 새 시장 개척을 위해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회의 참석을 위해 경주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날 오후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카니 총리에게 “최근 양쪽 공동의 노력으로 중국-캐나다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중국은 캐나다와 협력해 양국 관계를 올바른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니 총리에게 “캐나다 총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도록 초대한다”고도 했다. 이에 카니 총리는 “중국의 초청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양국 간 대화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화답했다.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국제 체제 구축을 위해 건설적이고 실용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중국-캐나다 정상이 회담한 건 지난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최근까지 두 나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2018년 12월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화웨이 임원을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한 게 시작이었다. 중국은 보복으로 캐나다인 두명을 구금하고, 캐나다산 카놀라·돼지고기 수입을 차단했다. 지난해에도 트뤼도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보복 관세로 응수하는 등 무역 갈등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중국·캐나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의 주요 타깃에 오른 뒤, 서로에게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중국산 수입품에 10%포인트 추가 관세를 매긴 것을 시작으로, 4월엔 대중국 관세를 145%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역시 보복 관세와 희토류 등 전략 자원 수출 통제로 맞서왔다.
미국은 캐나다에도 지난 8월 35%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최근 캐나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한 광고를 냈다며 10% 추가 관세까지 예고한 상태다. 방한 전 트럼프 대통령은 “그(카니 총리)와 만나고 싶지 않다. (무역 합의 없이) 그냥 내버려두겠다”고 했다가 돌아가는 길엔 두 정상이 “좋은 대화를 했다”며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였다. 두 나라 모두 주요 시장인 미국으로의 무역로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에 두 나라는 주력 수출품을 팔고, 전략 자원을 수입할 대체 시장으로 서로를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로서는 생선·카놀라·광물 등을 사줄 시장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입처도 찾고 있다. 중국에겐 캐나다산 원유가 미국산 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캐나다 신문 글로브앤메일은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조처로 캐나다가 입은 경제적 타격을 상쇄할 새 시장을 찾기 위해 시 주석과 마주 앉는다”고 분석했다.
트뤼도 전 총리의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롤랑 파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이 매체에 “베이징(중국 정부)은 캐나다를 식량과 에너지의 주요 공급국, 그리고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취약해진 주요7개국(G7) 회원국이자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은 현재 세계 각국이 미국에 느끼는 소외감을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캐나다가 중국과 최고위급 대화를 복원하는 것은 결국 캐나다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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