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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교통 대란 없었던 경주 APEC… 외국인들 K컬처에 ‘흠뻑’

조선비즈 경주=진상훈 기자;경주=이인아 기자;경주=이주형 기자;경주=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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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교통 대란 없었던 경주 APEC… 외국인들 K컬처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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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부산에 있어서 이동하는 데 1시간 30분쯤 걸린 점 말고는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소도시인 경주에서 서울과 다른 한국의 풍경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열린 경주예술의전당. 주변에 주차된 10여 대의 푸드트럭 앞은 무료로 제공되는 음식과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떡볶이·순대·어묵 등 일상적인 한국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 방문객도 많이 보였다.

브루나이 아시아 기업포럼 소속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한나 피지 하사날씨는 “경주 APEC CEO 서밋의 일정은 전체적으로 꽤 만족스러웠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경주 주변의 풍경, 식사 등 모든 게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내년에 휴가를 내 한국과 경주를 다시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개막한 APEC CEO 서밋 참가를 위해 경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대체로 이번 행사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주가 소도시인 탓에 방문객들이 숙소를 구하지 못하거나 교통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개막 4일째를 맞는 APEC CEO 서밋은 별 탈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들은 촘촘한 공식 일정 속에서도 한국 정부와 APEC CEO 서밋 주최 측이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든 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행사장 내부의 회의 시설이나 식사 장소가 부족하고 영어 소통이 되는 진행 요원을 만나기 어려웠던 점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요국 정상의 경주 APEC 숙소. / 조선비즈DB

주요국 정상의 경주 APEC 숙소. / 조선비즈DB



◇ 크루즈 2척 확보… 숙박·바가지 요금 ‘대란’ 없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대부분 부산, 대구, 울산 등에서 묵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는 소도시라 호텔이 부족하기 때문에 APEC 주최 측에서 인근 도시의 숙박 시설로 예약할 것을 안내받았다고 했다.

숙소는 다소 멀었지만, 행사장 출입에 애를 먹을 정도로 불편함은 없었다고 했다. 비영리 단체 콘코디아의 임원 자격으로 이번 행사에 왔다는 한느 르카운트씨는 “1시간 단위로 셔틀버스가 운행돼 무리 없이 경주에 올 수 있었다. 대규모 국제 행사에서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APEC CEO 서밋을 주관한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숙박과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올해 APE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14개 국가 정상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등 일부 정상은 CEO 서밋의 특별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경주 시내 호텔은 대부분 이 국가들의 정부 관계자를 위해 우선 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 등 주최 측은 일찍부터 기업 등 민간 참석자들에게 주변 도시의 호텔에 투숙할 것을 권고하고, 이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여러 편의 셔틀버스를 배치했다. 해외 경제인 숙소로 쓰기 위해 크루즈(대형 여객선) 2척까지 확보했다. 또 숙박 요금이 급격히 오를 것에 대비해 수개월 전부터 경주 안팎 숙박 시설의 요금 동향까지 점검했다고 한다.

APEC 2025 정상회의가 진행된 경주시 정상회의장인 보문단지 주변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뉴스1

APEC 2025 정상회의가 진행된 경주시 정상회의장인 보문단지 주변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뉴스1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경주 APEC 행사 참가자들이 부족한 숙소와 열악한 인프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3년 불량한 위생 시설, 폭염, 해충 등으로 파행을 겪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빗대기도 했다.


그러나 경주에서 만난 많은 외국인 방문객은 NYT 기사에 의문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기업인은 “NYT 기자에게 다보스포럼 같은 행사에 한 번이라도 가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다보스포럼 개최 시기가 되면 다보스와 주변 호텔 가격은 하루에 몇 백만원 수준으로 급등하고,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며 “강추위에 부족한 교통편, 식사 등은 참가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1월 스위스 소도시인 다보스에서 열리는 행사로 전 세계 정·관계 유력 인사와 기업인, 학자 등이 참석한다. 그는 “경주 같은 소도시가 트럼프 대통령,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유명 인사가 참석하는 국제 행사를 무리 없이 치러낸 것은 칭찬받아야 한다”며 “행사장 인근에 숙소가 없는 게 문제라면 앞으로 모든 국제 행사는 뉴욕, 도쿄, 서울 같은 글로벌 도시에서만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가 개막한 27일 경주 황남동의 한 식당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APEC 정상회의가 개막한 27일 경주 황남동의 한 식당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전통문화·K푸드·K뷰티 만족… “부족한 회의 공간·식당은 아쉬워"

외국인들은 이번 APEC CEO 서밋에서 접한 한국 문화와 식사 등에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여러 국내 식품·유통 기업은 행사가 열린 경주예술의전당에 전시관과 식품 체험관, 푸드트럭 등을 마련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PEC 정상회의장 인근에 ‘K-푸드 스테이션’을 차려 한국의 길거리 음식과 전통 다과 등을 소개했다. 화장품 제조사들은 경주 황룡원에 한국 화장품을 체험할 수 있는 ‘K-뷰티 파빌리온’을 만들었다.


전통 문화 체험 행사도 다채롭게 열렸다. 경북도와 경주시, APEC 조직위원회는 밀양 백중놀이보존회 등 여러 전통 예술 단체를 초청해 공연을 진행했다. 경주 월정교에서는 신라의 전통 한복 등을 소개하는 ‘한복 패션쇼’가 개최됐다.

사닛 위엥스리 태국산업연맹 대표는 “행사장에서 한글 쓰기 체험과 제기차기 등을 해 봤다. 연일 계속되는 회의와 강연, 토론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틈틈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말했다. 태국상공회의소의 수파사왓 낙섯 매니저도 “판소리 공연과 녹차 시음, 전통 음식 등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일부 외국인 방문객은 세심한 준비에도 기본적인 업무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대만경제연구원의 그레이스 청 박사는 “대부분 회의실이 공간이 작았고, 업무 공간도 부족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인 참석자는 “국제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식사와 음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이런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경주=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경주=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경주=이주형 기자(1stoflee@chosunbiz.com);경주=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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