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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이어 ‘종중’ 교회에 등장”…윤석열 내란이 바꾼 외국인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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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이어 ‘종중’ 교회에 등장”…윤석열 내란이 바꾼 외국인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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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뉴스앤조이 편집장(왼쪽), 권영국 정의당 대표,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 한채민 각색교사모임 교사가 30일 서울 구로구 정의당사에서 열린 ‘혐오와 혐중의 뿌리와 확산: 역사에서 지역사회까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 제공

최승현 뉴스앤조이 편집장(왼쪽), 권영국 정의당 대표,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 한채민 각색교사모임 교사가 30일 서울 구로구 정의당사에서 열린 ‘혐오와 혐중의 뿌리와 확산: 역사에서 지역사회까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 제공


12.3 내란 사태를 기점으로 정치권과 일부 기독교 세력의 외국인 혐오가 체계적이고 과격한 형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는 우려 섞인 진단이 나왔다. 서울 대림동 지역을 중심으로 이들에 맞서 온 활동가와 교사 등이 모인 토론회 자리에서다.



이주민 인권운동가인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30일 저녁 서울 구로구 정의당사에서 열린 ‘혐오와 혐중의 뿌리와 확산: 역사에서 지역사회까지’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기준으로 혐중 담론의 생산 및 전파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혐중 정서에 편승하기 시작한 것이 이전과 가장 큰 차이”라고 짚었다.



박 소장은 “극우 세력이 ‘탄핵 집회 참가자와 판사, 기자, 헌법재판관 상당수가 화교 또는 중국인’이라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보수 정치인들이 ‘중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겠다’거나 ‘중국인 3대 쇼핑 방지 3법’을 만들겠다는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뒷심은 결국 윤 전 대통령이 4차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 발동의 명분을’ ‘중국인 간첩에서 찾은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더는 한국에 실재하는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고 보수를 집결하는 효과적인 ‘적대자’로 여겨지지 않으니, 그 대체제로 혐중 정서를 동원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를 표방한 기독교 세력에도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해석이 나왔다. 광화문, 여의도 등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 집회를 취재해 온 최승현 뉴스앤조이 편집장은 “한국 교회들 가운데는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이주민 선교 사역을 펼치는 곳이 많아, 계엄 이전까지는 ‘중국인’ 자체를 악마화하는 현상이 도드라지지 않았는데 12·3 내란 이후 ‘종북’에 이어 ‘종중’이라는 단어가 교회 강단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교회가 만들어내는 혐오 담론은 전국에 하부 조직을 둔 기독교연합회, 거룩한방파제 등 조직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면서 “극우 기독교 세력은 반중 정서에 앞서 반동성애 담론을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교인들을 ‘활동가’를 넘어선 ‘강사’로 길러내 공격적으로 지역사회와 시민사회에 침투했다”고 말했다.



대림동 주민을 향한 무차별한 혐오 표현이 청소년 사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림동 지역 중등교사 한채민씨는 “대림동 일대에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 6등급을 받고도 서울대 의대에 간다’는 등 가짜뉴스를 담은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붙어 있는데, 이런 현수막이 선주민 학생과 이주민 학생 사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법 등을 제정해 이런 명시적인 차별적 언행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찬 소장은 “단지 ‘중국’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한국 사회에서 혐오가 주류화 되고 있는 맥락을 간과하게 될 수 있다. 고삐 풀린 혐오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또 다른 소수자들로 표적이 옮겨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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