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음악제 앞둔 첼로 이정란·바이올린 김서현…"연습만이 살길"
"독주보다 합주가 더 재미있어"…내달 1∼2·6일 세 차례 무대
"독주보다 합주가 더 재미있어"…내달 1∼2·6일 세 차례 무대
인터뷰하는 김서현-이정란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현악기 연주는 매일매일 '10점짜리 도'를 찾아서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음정이 정해진 건반악기나 관악기와 달리 바이올린과 첼로 같은 현악기는 명확한 음정을 내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손가락 끝으로 현의 적당한 곳을 눌러 소리를 내는 악기이기 때문에 하나의 음정을 소리 내는 방법이 수백 가지가 존재한다. 그래서 현악기 연주자들은 정확한 음정을 기억하기 위해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달리 하루라도 연습을 멈출 수 없다.
지난 30일 개막한 '제17회 서울국제음악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신·구 현악기 연주자인 첼리스트 이정란(42)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17)이 참여한다. 31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서 만난 두 연주자는 각각 세 차례 더 남겨 둔 공연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푸념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터뷰하는 첼리스트 이정란 |
이정란은 "현악기는 활로 과녁의 정중앙을 맞히는 것처럼 정확한 음정을 찾아내 연주해야 한다"며 "첼로 연주가 너무 좋고 행복하지만, 매일 연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마음 편하게 여행도 못 다닌다"고 말했다.
김서현도 "이틀 정도만 쉬어도 현을 누르는 손가락 힘이 약해져서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며 "조금만 달라져도 소리가 바뀌기 때문에 손가락의 감각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엄살처럼 현악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두 사람은 사실 현악기에 대한 자부심이 그 누구보다 높은 연주자들이다. 이정란은 2006년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김서현도 2022년 토머스 앤 이본 쿠퍼 국제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실력파다.
이정란은 "첼로는 사람이 낼 수 있는 음역과 비슷한 음역을 갖고 있어서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악기'로도 불린다"며 "어쩌면 첼로야말로 사람이 연주할 수 있는 '가장 쿨한 악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현도 "첼로와 마찬가지로 바이올린도 사람이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자닌 얀선의 연주를 들으면 마치 성악가의 목소리처럼 들린다"고 했다.
질문 듣는 김서현 |
일찌감치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며 솔리스트 연주가로서 입지를 다진 이들이지만, 두 사람은 독주보다 합주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첼로와 바이올린 모두 혼자서 소리를 낼 때보다 다른 악기와 어울려 연주할 때 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서현이 "혼자서 연주하는 것보다 서로 의지하고 같이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다"고 말하자, 이정란이 곧바로 "너무 바람직하고 훌륭한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다음 달 1일과 2일, 6일 세 차례 공연을 앞둔 두 연주자는 이번 서울국제음악제가 현악기의 매력을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켜줄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인터뷰하는 이정란-김서현 |
김서현은 "그동안 이런 큰 페스티벌에서 오케스트라 (일원으로)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서울국제음악제를 통해 많은 선배 연주가와 함께 음악을 만들면서 많이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란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사실상 유일한 국제음악제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우리나라 클래식의 지표를 보여주는 수준 높은 페스티벌이 되도록 열심히 연주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러시아의 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1일 공연에서 이정란과 김서현은 각각 실내악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른다. 이정란은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을, 김서현 글린카의 '칠중주'를 연주한다. 이어 2일과 6일에는 함께 서울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 일원으로 무대에 올라 '왈츠 공연'(2일)과 '폐막 공연'(6일)을 선보인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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