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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부터 현직 시장까지…'ITS 게이트' 토착 비리 파문

연합뉴스 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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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부터 현직 시장까지…'ITS 게이트' 토착 비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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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민간업자, 지역 도의원 통해 전방위 로비…"자정장치 강화해야"
(안산=연합뉴스) 김솔 기자 = 지방자치단체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과 관련해 경기지역 공직자들이 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뇌물을 챙긴 내용의 이른바 'ITS 게이트' 의혹을 두고 고질적인 토착 비리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 전경[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안산상록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3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지난 4월부터 6개월간의 수사를 거쳐 ITS 게이트와 관련해 모두 21명(구속 7·불구속 14)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역 도의원 9명이 무더기로 연루돼 충격을 줬고, 수뢰 피의자에는 이민근 안산시장도 포함됐다.

이 시장은 ITS 사업 관련 업자가 도의원을 통해 건넨 현금 1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는 "해당 도의원을 만난 적은 있으나 뇌물을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직 시의장 및 지자체 소속 공무원 등 전·현직 공직자들의 혐의가 줄줄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민간 업자와 공직자들이 사업 편의와 금품을 매개로 결탁하는 전형적인 토착 비리로 분석된다.


업자 김씨는 2021년 5월 안산시 단원구에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를 세운 뒤 지자체 ITS 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씨는 경기도의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이 각 지자체의 ITS 사업에 우선해 배정되도록 하기 위해 도의원들에게 뇌물과 향응을 건넸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특조금이 배정된 뒤에는 관련 업체들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가 사업에 선정되거나 선정 이후 편의를 받을 수 있게끔 도의원과 지자체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로비를 이어갔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 로고[경기 안산상록경찰서 제공]

경기 안산상록경찰서 로고
[경기 안산상록경찰서 제공]


이 과정에서 같은 안산시에 지역구를 뒀던 이기환 전 도의원이 범행의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

이 전 의원은 김씨로부터 2억원가량의 뇌물을 받아 챙기면서 동료 도의원 등에게 김씨를 소개하는 등 범행을 도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이 전 의원을 통해 이 시장에게 현금을 전달하며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대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이런 과정을 거쳐 안산 외에도 화성·성남·안성·평택·김포 등지까지 세를 넓히며 해당 지역과 연관된 공직자들에게 전방위적인 청탁에 나섰다.

그는 자금 세탁책들의 차명 계좌까지 이용하며 주도면밀하게 뇌물을 건넸으나,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안산시를 주 무대로 삼은 민간 업자가 여러 공직자에게 '검은 손'을 뻗치며 결탁한 정황이 나오자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여러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당 안산시협의회는 지난달 2일 안산시청 앞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도의원들의 뇌물수수, 공무원의 사업 편의 제공과 금품 수수 등으로 안산의 정치는 전국적으로 '부패정치의 온상'으로 불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기지역 시민단체 모임인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같은 달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를 상대로 사건에 연루된 도의원들에 대해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토착 비리 사건은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제재가 더욱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감시 및 자정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비리 사건은 관련 정보가 비교적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감시가 더욱 어렵다"며 "부패 사건이 반복된다면 국가 발전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행정 조직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지자체 행정 전반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 등 토착 비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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