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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최악 피했다’지만…미 투자 결정권·반도체 미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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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최악 피했다’지만…미 투자 결정권·반도체 미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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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통령실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용범 대통령실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을 놓고 경제계는 불확실성이 걷혔다며 환영하고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거액의 현금 투자에 대한 결정권이 기본적으로 미국에 있는데다, 반도체 품목관세가 ‘미완’으로 남으면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전문가들은 3500억달러(약 500조원) 펀드 중 2천억달러는 200억달러씩 10년간 분산 투자하고, 1500억달러는 조선 협력 사업에 한국 주도로 투자한다는 정부 설명을 두고 외환시장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한다”며 이번 합의가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통상학)는 “(외환시장 안정성 유지라는) 필요조건 부분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며 ‘상업적 합리성’을 놓고도 “일본보다는 조금 나은 안을 가져온 부분은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도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국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평가의 배경에는 전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브리핑에서 ‘상업적 합리성’ 보장 장치들을 마련했다고 밝힌 점도 있다. 김 실장은 “투자 금액을 충분히 환수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이 보장”된다고 판단하는 사업만 한다는 점을 한·미가 양해각서(MOU)에 명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가 이익을 5 대 5씩 가져가되 20년 안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하면 수익 배분 비율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애초 밝힌 규모에 비해 현금 투자는 크게 늘었다. 김 실장은 7월30일에 한·미가 큰 틀에서 합의한 이후 현금 비중은 “5% 미만일 것”이라고 했다. 최종 타결된 현금 비중은 57%로 그 10배 이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5500억달러를 투자하는 일본과 달리 10년에 걸친 현금 투자로 부담이 줄었다지만 차기 정부가 부담을 넘겨받는 문제도 있다.



미국이 투자처 결정을 주도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김 실장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투자위원회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협의위원회를 이끈다고 밝혔다. 미·일 양해각서에는 “투자위원회는 미국 대통령에게 투자처를 추천하기 전에 양국이 지명한 이들로 구성된 협의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한·미도 이를 준용하면 한국 쪽은 의견을 내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의 참여 정도도 숙제로 남았다. 최근 트럼프의 방일 결과를 담은 백악관 팩트시트(설명자료)에는 10여개 일본 기업이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차세대 원자로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약 4천억달러 규모의 투자 의향을 밝혔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부로서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 참여 확대를 위해 미국과 줄다리기를 해야 할 형편이다.



반도체 품목관세 인하 여부가 이번 합의에 담기지 않은 것도 우려를 남긴다. 김 실장은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이는 반도체 품목과 관련해 미국과 상호관세율(15%)을 초과하지 않도록 약속한 유럽연합(EU)이나 최혜국대우를 받기로 한 일본과 다른 점이다. 현재 50%인 철강 관세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유하영 기자 yhy@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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