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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질서 확보 차원 軍 동원" 주장에… 곽종근 "도저히 수긍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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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질서 확보 차원 軍 동원" 주장에… 곽종근 "도저히 수긍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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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재판 출석]
'인원 끄집어내라' 지시받은 곽종근 전 사령관
"尹 전화, 시간 간다고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
尹 "국내 안보 위협 세력들에 국정 매우 위태"
곽 "경고 계엄이라면 군 아닌 경찰 부르면 돼"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열린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열린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법정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군 투입은 공공의 질서 유지 차원'이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 주장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며 "그 기억이 트라우마(심리적 외상)가 됐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30일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2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당시 윤 전 대통령과 통화를 두 번 했는데 이것도 트라우마긴 트라우마다"라며 "이게 시간이 간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 등에 파견된 특전사 부대원을 지휘했다. 그는 앞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출동을 준비하며 부대원들에 소총 등 개인화기는 휴대하되 권총은 휴대하지 말고, 공포탄은 나눠주지만 실탄은 각 부대장들이 별도 보관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신문기회를 얻어 "결국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들어간 거점 확보란 것"이라고 말했다. 당일 군 병력 투입은 계엄 해제 의결 방해를 위한 게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곽 전 사령관은 "말씀하신 질서 유지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 전이든 중이든 후든, 질서 유지, 시민 보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곽 전 사령관은 오히려 특전사 부대원들은 당초 인원 출입을 제한하는 등 '거점 확보' 차원의 지시로 이해하고 국회에 출동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해제 의결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처음 전화한 12월 3일 오후 11시 36분에는 707특임부대원들 위치와 자신의 위치만 물었지만, 계엄 해제 의결을 앞둔 12월 4일 0시 31분 통화에서는 "의결정족수"를 언급하고 "끄집어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의결정족수와 문을 부수란 얘기를 할 때 YTN 뉴스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보이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라며 "이 말이 시간이 간다고 잊혀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과 자신의 통화 소리가 화상회의용 마이크를 통해 각 부대로 전파됐다면서 "제가 숨긴다고 말 안 했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곽 전 사령관은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법정 증언도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12월 4일 김 단장이 특전사 지휘통제실에서 '끌어내라' '문 부숴라'라는 내용이 전파된 것을 들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끌어내라는 지시는 제가 받았고 그 (출동한) 인원들은 제 목소리로 (지시한 것을) 기억한다"며 "김 단장이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지시가 없었던 것처럼 되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병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장이 생중계되는데 의원을 끄집어낼 수 있겠는가"라며 "전시 교전 계엄이 아닌 것이 명백한데 반국가세력이나 외부 적대 세력보단 국내 안보 위협 세력들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실질적 안보와 국정이 굉장히 위태로워졌다고 생각해볼 수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이른바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풀이된다. 곽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이 정말 비상계엄이 경고성이고, 시민은 보호하되 짧게 하고 빨리 빠질 것이라고 공론화 자리에서 그런 얘길 했다면 군이 아닌 경찰을 부르면 됐다고 되물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7월 10일 재구속된 뒤 16차례 연속 내란우두머리 재판에 불출석했다가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불출석에 따른 불이익은 피고인 부담"이라며 다음 공판기일에도 출석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체력이 닿는데 까지 나오겠다"라며 "건강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웬만하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중계와 수사 협조를 대가로 형량을 조정하는 플리바게닝 등 개정된 특검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여부를 조속히 밝혀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특검법 취지상 속히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검토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인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재판은 중지된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