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협상 ◆
한국과 미국이 지난 29일 관세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으나 양해각서(MOU) 세부 내용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모호한 3500억달러 투자처와 투자 결정 구조, 반도체 관세, 농축산물 개방 등을 두고 MOU 내용이 확정 발표될 때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30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한국은 그들의 시장을 100%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러트닉 장관이 밝힌 내용은 우리 정부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 정부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 없이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부터)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
한국과 미국이 지난 29일 관세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으나 양해각서(MOU) 세부 내용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모호한 3500억달러 투자처와 투자 결정 구조, 반도체 관세, 농축산물 개방 등을 두고 MOU 내용이 확정 발표될 때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30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한국은 그들의 시장을 100%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러트닉 장관이 밝힌 내용은 우리 정부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 정부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 없이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30일 SBS 뉴스에 출연해 한미 합의 사항을 담은 MOU 또는 팩트시트가 수일 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합의 사항을 나열해 정리하는 팩트시트는 원래 각자 정리해 공개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에는 한미 간 조율을 거쳐 발표하는 소위 조인트 팩트시트 형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 실장은 양국 간 합의 사항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제 소위 계약서를 써야 하는데 수일 내 문서로 정리되면 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러트닉 장관 발언에 대해 "자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말들은 일일이 논박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조만간 발표될 조인트 팩트시트에 반도체에 관해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며 "협상에서 농산물과 관련된 새로운 관세 폐지를 하거나 추가적으로 개방한 부분은 없다"고 했다.
반도체 관세도 여전히 '뇌관'이다. 러트닉 장관 발언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이날 "한미 양국은 반도체 관세를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인 대만과 동등한 입지를 확보해 불확실성을 제거한 협상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말이 맞다고 해도 지난 7월 말 1차 무역합의 때보다 반도체 분야에서 다소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7월 말 한미 양국은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관세를 부과하는 '최혜국대우(MFN)'를 적용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만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서 자칫 유럽산 반도체(관세율 15%)보다 불리해질 가능성을 남겨둔 모양새다.
러트닉 장관은 주요 투자처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선업을 첫 번째 투자 분야로 지정하고 15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핵심 광물, 첨단 제조, AI와 양자컴퓨팅을 포함한 미국 내 프로젝트에 2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분야 투자에는 이견이 없지만 나머지 2000억달러를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나 투자할지를 놓고 작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러트닉 장관 발언에 비춰볼 때 한국 투자금은 조선 분야와 알래스카 LNG 개발, 핵심 광물 개발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이 투자처까지 먼저 거명하면서 '상업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한국 측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미지수로 남게 됐다.
투자 결정 구조는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지만 한국이 좀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하나의 기금으로 모펀드를 조성하고 그 밑에 프로젝트별 자펀드를 설정한다. 이때 프로젝트 선정권은 미국에 있지만 프로젝트 건의 등을 하는 투자협의위원회 위원장은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맡기로 했다. 반면 일본은 투자협의위에 미·일 정부 관계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최근 미국에 제시했다. 프로젝트 단위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특정 프로젝트가 손실이 나면 다른 프로젝트 이익으로 손익상계를 할 수 없다.
[서울 문지웅 기자 / 경주 성승훈 기자 /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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