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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안 건드리고 매년 200억달러 투자…어떻게 조달하나

머니투데이 김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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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안 건드리고 매년 200억달러 투자…어떻게 조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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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00억달러 부담있지만 감당가능한 수준"
"외환안정기금 통한 확실한 안전장치 필요" 의견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한·미 양국이 10년간 매년 200억달러를 한도로 하는 대미 투자방식에 합의했다. 미국 측이 주장했던 '일시 현금 투자'가 아닌 연간 최대 200억달러씩 '할부'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어냈다. 연간 부담해야 할 투자 규모가 줄면서 외환시장 충격 우려를 덜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외환보유액을 감소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감당 가능한 투자한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굉장히 잘된 협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연간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혀왔다.

정부는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 대부분을 외화운용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한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은의 외화자산운용수익과 국제기구 출연금에 대한 손익을 포함한 총 금액은 약 21조원(약 147억달러) 정도다.

여기에 정부 외화자산의 운용수익까지 더할 경우 15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50억달러 정도의 부족한 금액은 정책금융기관의 외화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외환시장이 불안할 땐 투자 시기와 금액을 조절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며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서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외환보유액에 쌓여야 하는 운용 수익이 투자금으로 나가다 보니 당분간 외환보유액이 유의미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진 셈이다.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구성/그래픽=김지영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구성/그래픽=김지영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대로 투자가 진행될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적다고 평가했다. 외화자산 운용수익은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한 한은 관계자도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0억달러가 적은 규모는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도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금도 대외자산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투자 수익으로 들어올 수 있다"며 "투자액이 늘어나면 경제 사이즈도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요인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더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선방한 협상이지만 더 확실한 안전 장치를 둘 필요는 있다"며 "외환시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미국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ESF)을 통해 지원해줄 수 있다'는 조항을 문서화해 넣을 수 있다면 심리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간 이견이 컸던 대미투자 운용 방식 등에서는 합의점을 찾았지만 품목별 관세 등에서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한국은 시장을 100% 완전히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번 합의에 반도체 관세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반도체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고, 쌀·쇠고기 등 농업 분야 추가 시장 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는 우리 정부 설명과 결이 다른 주장이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 모든 미국산 상품에 개방돼있고 이번 합의로 변경되는 사안은 없다"며 "반도체와 관련해선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선그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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