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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 없이 연 200억달러 어떻게 조달하나

매경이코노미 지유진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jyujin111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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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 없이 연 200억달러 어떻게 조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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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안 건드리고 외화자산 운용수익으로
“외환시장 불안 막을 안전장치도 마련”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 최대 난제였던 현금 투자 규모와 관련 한미 정상이 3500억달러(약 500조원) 중 2000억달러를 현금 지분 투자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대통령실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3500억달러 대미투자와 관련해 현금 투자 2000억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2000억달러 투자는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연간 200억달러(약 28조원)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로 투자한다”고 했다.

연간 투자 상한선으로 합의된 200억달러는 그동안 우리 측이 제시한 최대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종합국정감사 현장에서 연 200억달러 분할 투자로 한미 양국이 합의한 소식을 듣고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 외환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가능한 현금 투자가 연 150억~200억달러라고 밝혀왔다.

연 200억달러 조달 방법으로 김 실장은 “우리 외환시장에서 바로 조달하는 게 아니라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보유한 외화자산을 운용해 얻는 이자나 배당 등 수익으로 충당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20억달러(약 601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IMF(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금(47억9000만달러)을 제외한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784억2000만달러. 유가증권에서 연간 5.3% 수익을 낸다면 20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한국투자공사가 국정감사에서 밝힌 9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2276억달러로, 연간 수익률은 11.73%였다. 이 기준으로는 이미 20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정부는 운용 수익이 부족하거나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 등에 따라 수익 변동 가능성이 큰 만큼 일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일부를 기채(채권 발행)하면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미·유럽·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목표 투자금을 일시에 투입하지 않고,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추가 투자를 집행하는 일종의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충격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요청할 별도 근거도 마련했다”며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이지만 실제 조달은 장기간 이뤄져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 과정에서 한때 거론됐던 통화스와프 체결은 최종 합의문에서 빠졌다. 투자금을 장기 분납하기로 합의해 통화스와프 체결이 자연스럽게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 타결 당시 3500억달러 투자 대부분은 대출과 보증 형태로 하고, 직접 투자 비율은 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미 측으로부터 받은 MOU(양해각서) 문서에는 ‘대부분 직접 지분투자’가 명시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후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 충격을 고려해 직접투자 비율 인하 및 무제한 통화스와프와 같은 안전장치를 제안하며 협상이 장기화했다. 이 과정에서 미 측은 ‘250억달러씩 8년 분납’을, 우리 정부는 ‘150억달러씩 10년 분납’ 등 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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