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발 수요 폭증에 힘입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메모리 매출을 달성한 가운데,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준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첨단 공정과 테슬라 등 대형 수주를 발판 삼아 실적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30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 확보 경쟁에 따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하드웨어 투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AI와 관련된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지속 증가 중이며 업계 내 공급량을 큰 폭으로 초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메모리 전례없는 호황… 엔비디아에도 HBM3E 공급 시작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등이다.
시장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실적은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경신한 메모리 사업부가 이끌었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가동률 개선으로 전 분기(영업손실 2조5800억원) 대비 적자 규모를 반 이상 줄이며 반등에 힘을 보탰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사업이 7조4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냈고,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은 약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호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주문이 몰리는 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엔비디아 등 특정 고객사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모든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5세대 HBM) 양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차례 공급에 고배를 마시던 엔비디아에도 HBM3E 공급을 시작하면서, 큰 손 고객 AMD와 자체 AI 칩을 만드는 빅테크까지 주요 AI 칩 선두 주자들의 공급망에 합류한 것이다. 이 같은 수요에 힘입어 3분기 HBM 비트(bit)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80%대 중반 수준으로 확대됐다.
◇ HBM4로 반전 노린다… “내년 생산 계획, 이미 수요 확보”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 HBM)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HBM4는 이미 개발을 완료해 모든 고객들에 샘플을 출하한 상태로, 고객 일정에 맞춰 양산 출하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HBM 생산 계획은 올해 대비 대폭 확대 수립했으나, 이 계획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 완료했다”며 “1c 나노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투자를 적극 실행해 나갈 예정이며, 고객 수요가 추가로 계속 접수되고 있어 HBM 증산 가능성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적 우위도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들 사이에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존 계획을 변경해 더욱 높은 성능의 HBM4를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는 HBM4 개발 착수 단계부터 이러한 요구를 사전에 반영해 현재 고객들에 전달된 샘플도 11Gbps 이상의 성능을 저전력으로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고 했다. HBM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11Gbps 성능 목표를 두고 경쟁 중이지만, 마이크론은 이 스펙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HBM4가 본격 공급되는 내년에는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17%로 3위를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HBM4 양산을 기반으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그래픽=정서희 |
◇ 파운드리, 2나노·테슬라 수주로 부활 시동
메모리 사업과 함께 DS부문의 또 다른 축인 파운드리 사업 역시 최첨단 2나노 공정을 앞세워 반등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2나노 1세대 공정을 적용한 첫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으며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삼성의 자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 ‘엑시노스 2600’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26 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대형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파운드리 실적 반등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테슬라와 반도체 부문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을 맺었다. 테슬라는 약 23조원 규모의 자체 AI 반도체 칩 ‘AI6’ 파운드리 수주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당초 TSMC에만 맡기려던 ‘AI5’ 개발에 삼성전자를 포함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반등 기세를 내년에도 이어가기 위해 D램과 파운드리 모두 첨단 공정 기술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D램은 차별화한 성능 기반의 HBM4 양산에 집중하는 동시에 AI용 DDR5, LPDDR5x, GDDR7 등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낸드 또한 첨단공정 기반의 서버 SSD와 고용량 쿼드레벨셀(QLC)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강화하고, 파운드리는 2나노 신제품과 HBM4 베이스다이 양산에 집중하며 내년부터 미국 테일러 팹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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