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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라임 술접대 검사' 수사할 때 봐놓고… 안이한 한문혁, 감싸는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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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라임 술접대 검사' 수사할 때 봐놓고… 안이한 한문혁, 감싸는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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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술자리' 직전 라임 접대 수사하며
'보험용으로 검사 접대' 김봉현 진술 확보
"금융 피의자들 행태 유의했더라면" 뒷말
'라임 수사지휘' 추미애는 '韓 옹호' 모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한 한문혁(아랫줄 가운데) 부장검사가 2021년 여름 서울 소재 지인의 자택에서 이종호(윗줄 왼쪽)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술자리를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입수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한 한문혁(아랫줄 가운데) 부장검사가 2021년 여름 서울 소재 지인의 자택에서 이종호(윗줄 왼쪽)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술자리를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입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사적 모임을 가진 사실이 드러난 한문혁 부장검사가 해당 술자리 1년 전에 '라임 검사 술 접대' 사건 수사팀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을 직접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내부에선 라임 수사 경험을 통해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이 도이치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안이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라임 검사 술 접대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지휘권까지 행사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한문혁 부장검사 문제를 두고는 '특검 흔들기'라고 치부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라임 검사 술 접대 사건 수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 부장검사는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남부지검 전담수사팀에서 김봉현 전 회장과 나의엽 전 검사 등을 면담·조사했다. 수사팀은 횡령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와 라임 수사팀 검사(나 전 검사) 등에게 유흥주점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꾸려졌다. 나 전 검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 원을 확정받았다. 한 부장검사는 라임 술 접대 사건 1년 뒤인 2021년 7월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에 배치됐고, 한 달쯤 뒤에 술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만났다.

한 부장검사는 김 전 회장 조사 중 "이 변호사가 후배 검사들과 함께하는 자리의 술값을 대신 지불한 이유가 무엇이냐" "검사 접대는 2019년 7월이고, 라임 수사팀은 7개월 후인 2020년 2월 구성됐는데 무관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라임 미공개 사건 등이 돌아가던 상황인데, 이 변호사가 '특수부 사건이 되면 이런 친구들이 수사팀에 가게 된다'며 접대하라고 했다" "특수통 검사들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접대했고, 실제로 수사팀에 들어와서 놀랐다"고 답했다. '보험용' 접대를 했다는 얘기다. 나 전 검사는 술 접대 당시 서울남부지검 소속이었는데, 실제로 반년 뒤에 김 전 회장 관련 사건들을 맡았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2020년 4월 26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2020년 4월 26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의 옥중 폭로 배경을 유추할 만한 내용도 있다. 그는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 면담에선 폭로 배경에 대해 "검찰에서 시키는 대로 협조했으나 이제 양심에 반하고, 오랜 친구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너무 가혹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부장검사가 이후 정식 수사를 맡게 되자, 조사에 응하는 조건으로 '불구속 재판'을 요구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편의를 노리며 폭로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사들은 한 부장검사가 '라임 술 접대 사건'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었다고 얘기한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봉현 전 회장이나 이종호 전 대표 등 금융 사건 피의자들은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주변에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법조인을 만나고 사진을 찍는다"면서 "모르는 외부인과 만남을 자제하는 게 우선이고, 사후에 수사 대상과 만났다는 점을 인지했다면 상부에 보고를 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술자리 사실을 함구한 채 계속 수사하게 되면 예기치 않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부장검사가 술자리 당시 이 전 대표가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알았는지, 접대를 받은 것이 있는지는 대검 감찰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다만 이와 별개로 보고 누락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추 위원장은 술자리 사진이 공개되자 "범죄자들 쪽에서 특검을 흔들고 있다. 도이치 사건을 꿰뚫고 있었던 한 부장검사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 무력화 시도"라고 주장하며 한 부장검사를 감쌌다.


추 위원장은 2020년 김 전 회장의 폭로 당시에는 "향응을 접대받은 검사가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라임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라임 술 접대 사건의 본질은 수사팀에 접대를 받은 당사자가 있다는 점이었다"며 "감찰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추 위원장이 한 부장검사를 옹호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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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