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李 "회담 요청만으로도 한반도에 온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이 사실상 불발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난 김정은을 매우 잘 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면서도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We really weren't able to work out timing)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이 공식적으로 전쟁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며 "난 우리가 합리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당신, 당신의 팀,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대통령님의 진심을 아직은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불발되긴 했지만 대통령님께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통령님의 진정한 뜻을 잘 수용을 못하고 이해 못한 상태"라면서 "이것도 씨앗이 돼 한반도의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에 북한을 향해 "일종의 핵무력(sort of nuclear power) 국가"라고 표현한 데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수 있음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지난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가 만나길 원한다면 한국에 (더) 있을 것"이라며 "내가 한국에 있으니 바로 그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으로선 러시아와 중국의 뒷배를 확보한 만큼 변수가 많은 '깜짝 회동'엔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엔 응하지 않더라도 추후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등 협상을 위해 미국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김정은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응답하지 않고 노벨평화상에 목마른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해 추후 대화를 제안하거나 응할 수도 있다"며 "김정은은 내년 상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 빅게임으로 핵군축 회담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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