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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콜' 끝내 외면한 北... 트럼프 "김정은과 시간 못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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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콜' 끝내 외면한 北... 트럼프 "김정은과 시간 못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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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 北... 전날 순항미사일 발사
물 건너간 6년 만의 북미 정상 간 대면
이 대통령 "불발됐지만 한반도에 온기"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 회담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 회담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가능성이 제기됐던 북미 정상 간 '한반도 재회'가 사실상 불발됐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만남 요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끝내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다. 되레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 당일 "전날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는 발표로 대신했다.

북미 정상 간 만남 여부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화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불발되긴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면서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sort of 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하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쳤던 트럼프 대통령 노력이 있었음에도 김 위원장이 응답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김정은 매우 잘 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며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여러분(남북)이 공식적으로 전쟁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 제의를) 말씀한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 이라며 '한반도 피스메이커' 역할을 지속해주길 당부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했고, 최근 러시아와 동맹 관계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북 제재에 대한 내성을 키워왔다.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2019년만큼 경제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과 대화에 나설 정도의 절박함은 없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제재 해제를 수반하는 '핵보유국' 지위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핵무기가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 가까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이에 앞서 무력 도발 소식을 전하며 사실상 '대화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서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통신은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 발사돼 서해 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s(초)간 비행해 표적을 소멸했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오늘 공개한 순항미사일은 지대지를 함대지로 개량한 화살계열 순항미사일로, 지난 4일 국방발전-2025에서 공개한 순항미사일과 같은 형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지형을 따라 낮게 비행하는 특성상 지상 레이더 기지에서 탐지하기가 매우 어렵고, 사거리는 최대 2,000㎞ 정도로 분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인지해 대비하고 있었다면서 "전날 오후 3시쯤 북한 서해북부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포착했고,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발사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타격 사정권'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를 방문하고 있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을 결과를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원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또 한미는 북한의 북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억지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