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계기 북미 정상회동 불발…한미 정상, 대화 의지 재확인

트럼프 방한 안끝났지만 불발 공식화…트럼프 "머지않은 미래에 北과 만나겠다"
北미사일 등 '무언의 메시지' 작용한 듯…北, 비공개 채널로 美에 통보했을 수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경주=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대감을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동은 불발로 결론 나는 분위기다.

한미 정상은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한 시점까지도 북한이 회동 제안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 등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이번 순방 기간 내 북미 대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북미대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은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불발되긴 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를 못했다"(We really weren't able to work out timing)고 아쉬워하며 이번 방한을 계기로 북미 정상 간 회동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한미 정상이 모두 북미 회동의 불발을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필요하다면 30일까지로 예정된 방한 일정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까지 앞서 언급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김 위원장과 만남이 불발됐다고 한 것은 북한이 내놓은 '무언의 메시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기 수 시간 전에 전날 이뤄진 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일까지는 지나봐야 하지만, 오늘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북미 대화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북한식으로 대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이 하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실무적으로 만남 제안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비공개 채널 등으로 만남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정상은 '불발' 규정과 함께 이번 회담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번 APEC 순방을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동력을 꺼뜨리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재확인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그(김정은)는 수십년간 미사일을 발사해왔고 또 다른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나아가 머지 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나겠다며 추후에라도 만남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 촉구도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회동 불발이 '시간 맞추기' 문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까지 얻은 가운데 '비핵화 포기'라는 조건에서 한미가 구체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기 위한 여건 조성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미국과 대등한 핵보유국으로서 협상이 아닌 대화를 하려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제재 해제만을 위해 김정은이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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