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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제과시장, 롯데웰푸드 해법은 '빼빼로데이'…돌파구 될까

디지털데일리 최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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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제과시장, 롯데웰푸드 해법은 '빼빼로데이'…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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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국내 제과 시장의 정체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롯데웰푸드가 '빼빼로데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출산율 하락과 인구 감소로 소비 기반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해외 수요 확대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이벤트와 글로벌 거점 도시 중심의 옥외광고 참여형 콘텐츠 확대는 내수 한계를 해외에서 보완하려는 실험 무대로 읽힌다.

롯데웰푸드의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507억원으로 49.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5%에 불과하다. 식품 원가 상승과 물류비 부담, 구조적인 내수 부진이 맞물린 결과다.

이는 롯데웰푸드의 기존 성장 공식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국내 제과 시장도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 출산율 하락으로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가 급감했고 과자류 시장은 포화 상태에 머물러 있다.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이더라도 실질적인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가격 인상이나 판촉 경쟁보다는 브랜드 자산의 재정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품 판매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험을 통한 소비자 접점 강화에 나선 것이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데이'를 콘텐츠화해 브랜드를 재해석하고 글로벌 마케팅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칸쵸 캠페인이 롯데웰푸드의 감성 마케팅 전환의 시초가 됐다. 과자 표면에 504개 이름을 무작위로 인쇄해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찾도록 한 '이름 찾기 이벤트'는 사전 광고 없이 자발적 확산으로 이어졌다.

SNS에는 인증 게시물이 늘었고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참여로 브랜드 팬덤이 형성됐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칸쵸는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패키지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왔다"며 "젊은 세대의 인증 문화를 반영해 기획했는데 별도 광고 없이도 자발적인 놀이로 확산됐다. 유명인 참여로 팬덤 문화로까지 이어졌고 MZ세대 정서에 맞아떨어진 점이 좋은 성과를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롯데웰푸드는 '참여형 소비'의 공식을 빼빼로에 이식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는 스트레이 키즈와 협업한 '스트레이 키즈가 숨긴 빼빼로를 찾아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열차 내부 QR코드를 통해 참여하는 퀴즈 이벤트는 일상 공간 속 브랜드 경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 내수 한계 넘어 해외로=이 같은 감성 마케팅은 해외 확장 전략과 연결된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빼빼로데이를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으로 전환했다. 'Show your love with PEPERO(빼빼로로 사랑을 나누세요)'를 메시지로 내세워 뉴욕·로스앤젤레스·하노이·서울 등 핵심 거점에서 옥외광고와 체험 행사를 병행한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TSX 브로드웨이 스크린에는 디지털 광고를 송출하고 11월 11일에는 인근 '파더 더피 스퀘어'에서 케이팝 퍼포먼스와 포토존 이벤트를 연다.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 LA 한인타운 일대에서도 유사한 참여형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롯데웰푸드는 최근 330억원을 투자해 인도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생산라인을 신설했다. 인도는 인구 14억 명으로 중동·동남아 수출을 연결하는 거점이다. 지난해 빼빼로 수출액은 7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고 올해는 9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롯데웰푸드는 2035년까지 매출 1조원, 글로벌 톱10 제과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빼빼로는 한국에서 시작된 시즌성 브랜드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식 나눔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해법은 해외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내수 축소, 구조적 전환의 신호=롯데웰푸드의 전략은 단기 실적 개선보다 시장 구조 대응에 가깝다. 1인 가구 확대와 식품 다양화로 스낵·과자류의 소비 비중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제과 시장이 내수 중심에서 수입 경쟁·브랜드 차별화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도 결정적이다. 어린이·청소년 인구가 지속 감소중이며 소비의 중심축도 '아동용 간식'에서 '성인용 프리미엄 스낵'으로 이동했다. 롯데웰푸드가 칸쵸나 빼빼로 같은 장수 브랜드를 감성 중심으로 리뉴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품 차별화로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브랜드의 경쟁력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 속에 얼마나 축적되느냐에 달려 있다.

빼빼로데이의 해외 확장도내수 축소 구조 속 생존을 위한 브랜드 재정의 과정이다. 빼빼로가 연인들의 기념일에서 한국식 나눔 문화로 포지셔닝을 바꾸는 것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수출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수 매출의 한계를 글로벌 감성 자본으로 상쇄하려는 구조적 대응인 셈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국내 과자 브랜드가 시장 정체를 뚫는 유일한 해법은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것"이라며 "빼빼로의 글로벌화는 단순 수출 확대가 아니라, 내수 구조 변화를 인정하고 생존 방향을 해외에서 찾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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