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총국이 “28일 조선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나자’는 구애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로 응수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22일 ‘2개의 초음속비행체’(탄도미사일의 북한식 표현) 시험 발사 이후 일주일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발사 현장에 없었다. 시험 발사를 참관한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핵전투 태세를 벼리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라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발표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국빈방문’하는 날 새벽에 이뤄졌다.
북한의 미사일총국이 “28일 조선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9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일반 인민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은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외부 발신’만 한 셈이다.
중통은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발사돼 서해 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s(2시간10분)간 비행해 표적을 소멸했다”고 전했다. 중통은 이어 “박정천 동지는 이날 구축함 ‘최현’호와 ‘강건’호 해병들의 함 운용 훈련 및 무기체계 강습실태를 료해(점검)”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험발사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이 최현호와 강건호 탑재용임을 내비친 셈이다.
두 구축함은 각각 지난 4월25일과 6월12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수식을 치른 북한 최초의 5000t급 “새세대 다목적 공격형 구축함” 1호와 2호다. 당시 김 위원장은 두 구축함을 “핵전쟁 억제력의 한 구성 부분”이라 규정하며 “저 신형 구축함에는 평화와 번영에 대한 인민들의 염원이 무겁게 실려 있다”고 말했다.
박정천 부위원장은 28일 시험발사 현장에서 “국가수반은 이미 강력한 공격력으로써 담보되는 억제력이 가장 완성된 전쟁억제력이고 방위력이라고 정의했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수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뜻한다.
박 부위원장은 “당중앙의 전략적 기도대로 우리 핵무력을 실용화하는 데서 중요한 성과들이 이룩되고 있다”며 “각이한 전략적 수단들의 신뢰성과 믿음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그 능력을 적수들에게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전쟁억제력 행사의 연장이자 보다 책임적인 행사로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박 부위원장과 김정식 당중앙위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등이 현장에서 참관했다고 중통이 전했다.
지난 4월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된 북한의 첫 5000t급 “새세대 다목적 공격형 구축함 제1호”(최현호) 진수식 도중 김주애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한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북한의 이번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방문하기에 앞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을 계기로 “그(김정을)를 만나면 정말로 좋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는데,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부정적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우리의 핵보유를 인정하라’는 김 위원장의 기존 주장의 연장이지만, 정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만남’ 구애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도 읽힌다.
북한은 지난 22일 167일 만에 탄도미사일(극초음속비행체)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일에 맞춰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이 기간 김 위원장의 최측근 외교참모인 최선희 외무상은 26~29일 일정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와 벨라루스 민스크를 방문해 ‘북-러 혈맹’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나자’는 구애에 아직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묘소 참배를 끝으로 지금껏 공개 활동 보도가 없다. 김 총비서의 긴 ‘침묵’과 일주일 새 두차례 미사일 시험발사, 최 외무상의 ‘평양 비우기’ 등 일련의 북한발 신호는 ‘김정은-트럼프 깜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징후로 읽힌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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