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팜이데일리 공동기획[바이오AI 아기유니콘]
이 기사는 2025년10월22일 09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우리는 ‘Easy way to AI’를 지향한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의료 AI를 쓰게 하겠다.”
양혁 마이허브 대표는 AI의료 솔루션을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웠다. 다른 여러 회사가 만든 AI의료 기술을 통합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이미 미국에선 AI헬스케어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별 기술이 우후죽순 생겨나오는 상황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줄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해진 까닭이다. 실제 영국에서 창업한 AI의료 플랫폼 기업 블랙포드는 독일 빅파마 바이엘에서 거액에 인수하며 성공사례를 입증한 바 있다.
마이허브 또한 3년만에 도입 의료기관 수가 1000곳을 넘었고 기업 가치도 약 700억~1000억원 규모로 상승했다. 양혁 대표는 “최근 미국 RSNA 영상학회에서도 블랙포드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핵심 부스를 차지했다”며 “루닛과 뷰노가 개별적으로 선보인 제품들을 통합해 한 번에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마이허브의 통합 AI의료 솔루션이 환영받는 이유는
2022년 설립된 마이허브는 의료 AI 통합 플랫폼 기업이다. 뷰노 출신 핵심 인력 8명이 모여 창업했다. 수장인 양혁 대표는 뷰노에서 영상사업본부장과 소프트웨어 개발실장을 지냈고 독일 지멘스에서 초음파 의료기기를 연구하는 일을 7년 간 했다. 영상 촬영 기반 의료기기 기술의 전통적인 방법과 AI를 적용한 최신 기술을 다 경험한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뷰노의 골연령 분석 AI 솔루션을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솔루션은 maiLink 플랫폼에 최적화·내재화함으로써, 다양한 AI가 병원 현장에 쉽게 적용될 수 있는 구조를 검증하고자 했다는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마이허브의 핵심 제품은 의료 AI 통합 플랫폼 ‘마이링크(maiLink)’다. 루닛과 뷰노, 딥노이드, 메디웨일 등 18개 AI 개발사의 솔루션을 한곳에 모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양혁 마이허브 대표가 서울 양재 마이허브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마이허브) |
기존에는 의료기관이 AI 솔루션을 도입하려면 여러 장애물이 있었다. 높은 초기 비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각 AI 솔루션마다 별도의 고가 서버를 설치해야 했다. 병원 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이나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하는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양 대표는 “AI 솔루션이 확산되지 못한 원인은 세 가지였다”며 “AI마다 온프레미스 고가 서버가 필요한 높은 초기 도입 비용, PACS·EMR 등과의 복잡한 연동, 여러 AI 솔루션을 사용할 때 문제 해결이 어려운 유지보수 구조”를 꼽았다.
마이허브는 이 문제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해결했다. 병원 네트워크에 소형 셋탑박스만 설치하면 된다. 셋탑박스가 의료 영상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 AI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다. 변환된 데이터는 암호화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다.
그는 “예전엔 각 솔루션마다 PACS 연동과 서버를 따로 깔아야 했다”며 “이제는 셋탑박스 하나, 클라우드 구독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필요한 솔루션만 고르고, 문제가 생기면 한 창구에서 지원받는다. 의료진이 하루에 더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어 바쁜 병원부터 빠르게 플랫폼이 도입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이허브의 또 다른 차별점은 ‘한 번 촬영·여러 AI’ 구조다. 흉부 엑스레이 한 장으로 이상 소견 탐지(루닛·뷰노), 골다공증 위험도(프로메디우스), 골절 탐지(해외 글리머) 등을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저 영상도 마찬가지다. 심혈관 위험도(메디웨일 CVD), 3대 안질환(아크) 등을 동시에 활용한다.
AI 분석 결과는 마이링크 전용 뷰어를 통해 의료진에게 제공된다. 의료진은 여러 AI 결과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한 판독문 작성 기능도 지원한다. AI가 분석한 소견을 복사해 전자의무기록에 바로 붙여넣을 수 있다.
해외에도 마이허브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 있다. 영국의 블랙포드 애널리시스(Blackford Analysis)가 대표적이다. 블랙포드는 2010년 에든버러대학교에서 분리돼 설립됐다. 벤 팬터(Ben Panter)가 창업했다. 통합형 의료 AI 플랫폼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직원 수는 최근 150명을 넘어섰다. 연간 매출은 약 1880만 달러(251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블랙포드도 여러 AI 의료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해 제공한다. 현재 60개 이상의 벤더로부터 150개 이상의 AI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블랙포드는 2023년 1월 독일 제약·화학 기업 바이엘에 인수됐다. 성공적 인수 사례로 꼽힌다.
블랙포드가 성공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포트폴리오의 폭과 깊이다. 임상·운영 8개 라인에 앱 150개 이상을 얹어 선택지를 넓혔다. 둘째, 표준·연동·배포 유연성이다. DICOM·HL7를 지원하고, 온프레미스·프라이빗 클라우드·퍼블릭 클라우드 모두 가능한 구조다.
양 대표는 “AI 모델을 직접 하나 파는 것보다 더 벨류가 높을 수 있다”며 “우리도 흉부 엑스레이, 안저, 유방 등 각 분야 솔루션을 한 번 촬영으로 함께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허브도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품 승인을 신청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예상되는 FDA 510(k) 허가를 시작으로 11월 RSNA 전시회에 참가해 북미 파트너를 모색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도 성사됐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 폐암 조기 발견 캠페인의 파트너로 마이허브를 선택했다. 양사는 AI 기반 흉부 엑스레이 촬영이 가능한 ‘폐건강 체크버스’를 전국에서 운영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마이허브는 상장 준비를 위한 주관사 선정에 들어갔다. 2027년 전후 상장이 목표다. 3년만에 의료 기관 1000곳 도입을 넘어선 상황에서 1년 안에 2000곳 돌파, 2030년 1만곳 돌파가 목표다. 전체 국내 의료기관의 약 10%만 잡아도 매출은 1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링크에서 서비스하는 AI 솔루션 포트폴리오도 3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양 대표는 “아무 솔루션이나 도입하는 것이 아닌 검증된 모델만 선별해 플랫폼에 탑재한다”며 “정부의 혁신 의료기기·AI 바우처 지원 아래 국내 AI 의료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