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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이재명 대통령이 꿈꾸는 국력

머니투데이 김성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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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이재명 대통령이 꿈꾸는 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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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스1) 박지혜 기자 = 27일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개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인근 국제미디어센터(IMC)에는 전 세계 언론인 약 30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국제미디어센터(IMC) 외부 모습. 2025.10.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경주=뉴스1) 박지혜 기자

(경주=뉴스1) 박지혜 기자 = 27일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개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인근 국제미디어센터(IMC)에는 전 세계 언론인 약 30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국제미디어센터(IMC) 외부 모습. 2025.10.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경주=뉴스1) 박지혜 기자



"그걸 어떻게 다 얘길하겠나."

지난 8월24일 공군 1호기.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이재명 대통령은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자주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느낀 부담감을 '이가 흔들릴 정도'라고 표현했던 이 대통령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묻어있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20%에 달하는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내놓으라는 게 미국의 요구다. 그렇지 않으면 25%의 관세를 거두지 않겠다고 한다. 당초 우리는 대출이나 보증 중심으로 구상했지만, 미국은 '선불'이라며 현금을 먼저 보내라고 압박한다. 투자처도 미국이 정한다고 한다. 일본을 상대론 초과수익의 90%를 갖겠다고 했던 미국이다.

미국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우리 정부는 악전고투 중이다. 우리 협상팀이 1만km 넘게 떨어진 미국 워싱턴DC를 수차례 오가며 쟁점을 한 두가지로 좁혔지만 이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주간 중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점을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타결이 늦어지면 자동차 등 대미 수출품에 고율 관세가 적용돼 우리 자동차 기업 등이 입는 피해가 막대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규모 외화 유출로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를 자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떤 상황에도 국익에 반하는 협약에 서명할 순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원칙이다. 그러나 힘의 비대칭 속에서 합리적인 합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 대통령이 국력을 강조했던 이유다.

국력은 결국 기업들의 경쟁력이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미가 협력하는 내용의 '마스가'(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미국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한국 조선사들의 역량 때문이다. 이밖에도 우리나라가 반도체 등 미국에게 필수적인 산업 공급망의 여러 핵심 분야에서 주도적 지위를 갖고 있다면 미국을 상대로도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은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다음 세대에게 강대국을 당당하게 마주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 하나는 쥐어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일류기업들이 국내에서 더 많이 나올수록 국력은 강해지고, 국격은 높아진다. 이를 위해 국가전략기술 R&D(연구개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보면 어떨까.


1000여년 전 동아시아 최대 국제도시 중 하나였던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막을 올렸다. 신라도 처음엔 한반도 한쪽 구석의 약소국에 불과했다. 그런 신라가 통일을 이룩한 것은 가야 정복을 통해 확보한 선진 철기 기술을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여기에 당나라 등을 상대로 한 외교전이 주효했음은 물론이다. 기술과 외교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CEO(최고경영자) 서밋을 통해 국력과 국격이 한 단계 발돋움하길 기대한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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