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제재완화 시사 속 북미회동 촉각
北, 중러 비호속 외화벌이 등 자신감… 金, 한미훈련 중단 등 요구 가능성
정동영 “金 결심만 남아… 곧 밝힐듯”
“北-美, 회동 직전 기습통보” 전망도
제재완화 시사 속 북미회동 촉각
北, 중러 비호속 외화벌이 등 자신감… 金, 한미훈련 중단 등 요구 가능성
정동영 “金 결심만 남아… 곧 밝힐듯”
“北-美, 회동 직전 기습통보”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국빈 방한을 앞두고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북-미 정상회동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남았다”며 회동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만큼 북-미 정상회동을 위한 조건은 맞춰졌다는 것. 다만 북-중-러 3각 밀착으로 대북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호응하고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정동영 “트럼프 할 수 있는 조치 다 해”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다 했고, 이제 김 위원장의 결심만 남았다”며 “이번이냐 다음이냐, 판문점이냐 평양이냐 하는 몇 가지 전략적 지점을 북한이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내일 중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을 통해서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며 “북한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도 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내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에겐 제재가 있다. 그건 (대화를) 시작하기엔 꽤 큰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회동이 성사되면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피스메이커(peacemaker)’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동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 온 김 위원장도 이를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충분히 (대화를 위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회동할 경우 회동 장소로 유력시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선 아직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 북-미 정상회동이 임박했다는 움직임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이 미화 작업에 나섰는데 이는 1년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해오던 작업”이라고 했다.
다만 회동이 성사될 경우 주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이 회동 직전 기습 통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헬기인 머린 원을 이용해 판문점으로 이동하거나 전용기를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이동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 北,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요구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밝힌 가운데 28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 한반도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에 판문점 견학을 잠정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파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제재 완화 카드에도 북-미 정상회동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대북제재의 효과가 과거보다 낮아진 만큼 김 위원장이 끝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북한은 대북제재에도 가상자산 탈취로 외화 벌이를 이어가면서 제재에 대한 내성을 키운 데다 최근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있는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위안화와 루블화를 통한 국제 거래가 늘고 있는 점도 달러화 국제거래망에서 퇴출하는 방식의 대북제재의 효과를 낮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몸값을 더 키우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2017년, 2018년과 비교해 보면 그동안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고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됐기 때문에 (북한이) 조금 더 청구서를 키우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 카드를 내놓은 가운데 북-미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김 위원장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나 미국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의 무력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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