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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족 “왜 3년 동안 아무 조사도 안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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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족 “왜 3년 동안 아무 조사도 안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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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로아크밤 에벤센의 어머니 수산나 로아크밤이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로아크밤 에벤센의 어머니 수산나 로아크밤이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그날 이태원에 경찰은 충분했는지, 지난 시간 한국 정부는 왜 조사를 하지 않았던 건지, 참사 직후부터 한국 정부로부터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는 뭐였는지…



이태원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외국인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묻지 못한 질문을 쏟아냈다. 먼 타국에서 떠나보낸 가족의 얼굴을 타투로, 반소매 티셔츠로 새기고 온 이들은 ‘왜 그날 최소한의 안전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는가’를 물었다.



이날 오후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연 외국인 유가족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노르웨이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의 아버지 에릭 에벤센이었다. 그는 “참사 당일 저녁 이태원에 경찰이 충분히 배치돼 있었는지, 그날 저녁의 신고 전화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는지, 과거에는 없었던 참사가 3년 전 그날에는 왜 발생했던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희생자 김옥사나의 어머니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태원에) 올 걸 알면서도 왜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아직 모르겠다”며 “왜 3년 동안 아무 조사도 하지 않았는지, 왜 전 대통령 때 조사를 하지 않았는지, 누구의 잘못으로 이렇게 됐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외국인 유가족들에게도 가혹했다. 가족들은 한국의 유가족과 접촉하기 전까지 정부로부터는 제대로 된 정보를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란 희생자 소마예 모기미 네자드의 언니 마흐나즈는 “2주기를 앞두고 이란 유족들은 한국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별도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불과 1주일을 앞두고서야 안내받아서 방한하지 못했다”며 “이란에서 공부하던 한국 유학생이 참사로 희생됐다면 한국은 이란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매정했던 한국 정부 대신 유가족들은 서로를 다독였다. 2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영어, 페르시아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중국어로 각자의 이야기가 통역되는 순간마다 공감을 전하는 끄덕임과 훌쩍임이 시차를 두고 번져갔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이란인 희생자 아파그 라스트마네시의 어머니 자흐라 레자에이가 발언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이란인 희생자 아파그 라스트마네시의 어머니 자흐라 레자에이가 발언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스티네의 주검이 가족에게 전달된 것은 참사 9일 뒤였다. 뒤늦게 만난 딸은 방부 처리가 돼 있었다. 스티네의 어머니 수산나는 “시신의 방부처리와 관련해 저희가 들은 유일한 정보는 한국에서 시신을 공항으로 운반했던 장례업체에서 발행한 ‘항공기 화물로 실려야 하므로 방부처리가 필요하다’는 문서뿐이었다”고 말했다. 에릭은 “참사 이후에 조금이라도 소통을 했던 건 한국에 있는 노르웨이 대사관과 (딸이 다니던) 대학교와 노르웨이의 유학생 담당 부처 정도였다. 그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가족들에게서 전해지는 고통을 듣고, 이란인 희생자 아파그 라스트마네시의 어머니 자흐라 레자에이는 호소했다. “이란 유가족들도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인간성을 바탕으로 할 때 (참사의) 진실도 밝혀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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