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커피 전문점.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커피 전문점은 본사도, 가맹점도 가파르게 늘어났다. 문제는 브랜드 본사와 가맹점의 실적이 궤를 함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사의 몸집은 몰라보게 커졌지만, 가맹점의 실적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밟고 있다. 왜일까. 여기엔 출점 거리 규제가 느슨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빌딩 1층에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프랜차이즈 카페가 나란히 입점해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인근 빌딩. 오피스 상권인 이 빌딩 1층에는 메가MGC커피(이하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그리고 더벤티가 나란히 입점해 있다. 여기에 개인 카페까지 더하면 '카페 골목'이란 말이 실감난다. 진한 커피향이 골목 전체를 뒤덮고, 배달 오토바이가 연신 들락거린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은 각기 다른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컵을 손에 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주변. 반경 1㎞ 안에 메가커피 매장만 8곳이 들어서 있다. 거리 하나를 두고 같은 간판이 반복된다. 빽다방, 투썸플레이스까지 더하면 '한 걸음 한 카페'가 과장이 아니다. 카페를 찾으려던 게 아니다. 그냥 걷다 보면 눈앞에 카페 간판이 나타나고, 몇 걸음 뒤 다시 또 나타난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위 10개(가맹점 수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은 2020년 7914개에서 2024년 1만5692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메가커피'가 3325개로 1위를 기록했고, '컴포즈커피(2649개)' '이디야커피(2562개)'가 뒤를 이었다. 다음은 '빽다방(1712개)' '투썸플레이스(1510개)' '더벤티(1230개)' '텐퍼센트커피(814개)' '메머드커피랩(742개)' '하삼동커피(644개)' '디저트39(504개)' 순이었다.
점포가 늘자 본사 실적도 크게 뛰었다. 브랜드 10곳의 본사 매출은 2020년 평균 892억원에서 2024년 2062억원으로 4년 새 131.0%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평균 102억원에서 245억원으로 2.4배가 됐다.
하지만 가맹점의 사정은 본사와 달랐다. 10개 브랜드 가맹점의 평당 평균 매출은 2020년 1499만원에서 지난해 1522만원으로, 4년 동안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직전 해인 2023년(1650만원)보다 7.8% 감소했다.
■가맹점 실적 제자리걸음 이유 =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그 이유는 동일 브랜드의 신규 가맹점 출점 거리 제한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데서 찾을 수 있다. 2012년 공정위는 동일 브랜드의 신규 가맹점 출점을 500m로 제한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지만, 2014년 5월 폐지했다.
그해 8월 '가맹사업법 제12조의4(2013년 8월 신설)'가 시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공정위는 법에 거리 제한 규정이 포함될 것이란 점을 감안해 모범거래기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참고: 가맹사업법 제12조의4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가맹계약기간 중 영업지역 안에 동일한 업종의 신규 출점을 금지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이다.]
문제는 가맹사업법 제12조의4가 출점 거리 제한을 본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커피 프랜차이즈마다 거리 기준이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메가커피는 기존 점포로부터 250m, 컴포즈커피는 150m 이내 신규 출점을 제한한다. 이디야커피ㆍ투썸플레이스ㆍ더벤티 등은 가맹계약 시 지도로 상권 범위를 표시하고, 그 안에서는 추가 출점을 막는 '영업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자율 기준은 결국 본사의 '확장 전략'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출점 거리 제한이 느슨할수록 점포 수는 늘지만, 상권은 겹치고 기존 점주의 매출은 줄어든다. '성장'의 이익은 본사가, '포화'의 부담은 점주가 떠안는 구조라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제12조의4가 '동일 브랜드'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동종 업계 브랜드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예컨대, 메가커피 매장의 바로 옆에 컴포즈커피가 들어서더라도 막을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커피 시장 전반에서 과잉 출점이 일어나고, 기존 가맹점의 매출이 분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 과잉 출점의 해법 = 해결책은 없을까.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딘 업계가 있다. 편의점 업계는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편의점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이하 자율규약)'을 마련했다.
자율규약은 관련 협회가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면, 공정위가 가맹사업법상 위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체결할 수 있는 제도다. 당시 편의점 과밀화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업계와 공정위가 이를 해결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규약을 시행했다.
이 규약에는 기존 편의점 매장 50~100m 이내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징은 같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경쟁 브랜드 간 출점도 일정 거리 내에서는 제한한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상권을 보호하고, 가맹점 간 과도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가령, 편의점 'CU(BGF리테일)' 매장 반경 50~100m 이내에는 'GS25(GS리테일)'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 '이마트24' 등 다른 편의점 출점이 제한된다. 업계 자율로 마련한 이 거리 제한은 점포당 수익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과잉 출점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편의점 사례를 벤치마킹해 자정적 출점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영 의원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14년 전 거리 제한 규제가 폐지된 후 무제한 출점 경쟁으로 흘렀다"며 "본사는 단기 출점 경쟁을 멈추고,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상권 포화도와 거리 제한을 반영한 자율규제 기준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주 인하대(소비자학) 겸임교수 역시 이렇게 꼬집었다. "눈앞의 이익을 따지느라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만 나선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무조건적인 출점 경쟁을 하기보다는 각 매장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과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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