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北, APEC 계기 '깜짝 회동'엔 변수 클 것으로 판단…"노벨상 원하는 트럼프에 핵군축 대화 제의할 수도"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일종의 핵무력'(sort of nuclear power) 국가라고 평가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하면서 실제 회동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와 중국의 뒷배를 확보한 북한으로선 그간 '사진 촬영용' 깜짝 회동은 몸값만 낮추는 행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섰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까지 마주한다면 그 자체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7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일본 도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그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만나고 싶어한다면"이란 전제를 깔며 공을 김 위원장에게 넘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겠냐'는 질문에 "나는 그들이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100% 열려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제안하고 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의 외교 실무를 총괄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전날부터 29일까지 러시아와 벨라루스 출장길에 오르며 미북 정상회담엔 관심이 없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은 크진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 파병을 통해 러북관계가 혈맹으로 진화했고, 최근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만나 "중조는 운명공동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미국과의 대화 유인책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월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리셉션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앞서 이들은 톈안먼 일대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참석했다. / AFP=뉴스1 |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김정은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위해 60여시간 기차를 타고 갔지만 비핵화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은 회담할 준비가 안 됐다'는 훈수를 들었다"며 "하지만 현재 김정은의 좌우에는 러시아와 중국이란 뒷배가 있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남 석좌교수는 "김정은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응답하지 않고, 노벨평화상에 목마른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해 추후 대화를 제안하거나 응할 수도 있다"며 "김정은은 내년 상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 빅게임으로 핵군축 회담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하노이 노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만큼 변수가 많은 깜짝 회동보단 핵군축 등을 담보할 수 있는 협상에만 응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북한이 대화에 주저하는 배경 중 하나로 평가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현재 비핵화 불가라는 상당히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회동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당분간 쉽지 않다고 본다면, 실질적인 핵보유국의 지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그 핵이 우리에게만 위협이 안 되면 된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즉흥적인 통치 스타일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깜짝 회동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제안하는 트윗부터 두 정상의 만남까진 3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김 위원장은 한국을 배제한 회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만큼 6년 전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도움을 통해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넘어 우리 측의 '자유의 집'으로 올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대화 성사 시 MDL 북쪽에 있는 유엔군사령부 소관 가건물 'T2'(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