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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캠핑장이 왜 경북 봉화군에? "인구소멸 지역과 공존 모색"

중앙일보 최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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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캠핑장이 왜 경북 봉화군에? "인구소멸 지역과 공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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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 개장한 '청량산 수원캠핑장'. 경기 수원시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인 우호도시 '봉화군'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청량산 수원캠핑장을 조성했다. 사진 수원시

지난 22일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 개장한 '청량산 수원캠핑장'. 경기 수원시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인 우호도시 '봉화군'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청량산 수원캠핑장을 조성했다. 사진 수원시


지난 25일 오전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 있는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에서 15m정도를 이동하자 ‘청량산 수원캠핑장’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청량산 기암절벽 열두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캠핑장 안은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가을 숲이 펼쳐지고, 그 앞엔 낙동강물이 반짝이며 흘렀다. 전날부터 아내와 미니 카라반을 이용하고 있다는 조상호(40대 중반·수원시)씨는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여느 캠핑장보다 경치가 좋고 조용해서 만족감이 크다”며 “다음엔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인구’ 집중한 상생



‘청량산 수원캠핑장’이 화제다. 경기 수원시와 경북 봉화군이 의기투합한 상생협력사업인 데다 지난 22일 리모델링해 개장한 이후 이용률이 급증해서다. 27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청량산 수원캠핑장의 예약률은 65.2%로 집계됐다. 예약자의 72%가 수원시민이었다. 봉화군이 관리·운영하던 2024년 한 해 평균 이용률 33%보다 두 배로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특히 텐트를 설치해야 하는 공간(예약률 41.7%)보다 카라반과 글램핑 등 객실 예약률이 82.8%에 달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카라반 등 숙박 공간이 더 인기”라며 “정식 개장 전부터 이용 문의가 쏟아지면서 공정성 등을 위해 선착순제가 아닌 추첨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개장한 경북 봉화군 청량산 '청량산 수원캠핑장'. 경기 수원시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인 우호도시 '봉화군'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청량산 수원캠핑장을 조성했다. 사진 수원시

지난 22일 개장한 경북 봉화군 청량산 '청량산 수원캠핑장'. 경기 수원시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인 우호도시 '봉화군'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청량산 수원캠핑장을 조성했다. 사진 수원시



수원시가 봉화군에 캠핑장을 마련하게 된 사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시와 봉화군 공직자들은 2015년부터 두 지방자치단체의 대표 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와 봉화 송이 축제를 오가는 등 교류했다고 한다. 2024년 6월 우호 도시협약을 체결한 두 도시는 본격적으로 상생협력 사업을 검토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인구’다. 수원시는 인구수 120만명인 최대 인구 기초단체지만 봉화군의 인구는 2만9000여명으로 수원시 전체 인구의 2.4% 수준.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발표한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봉화군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봉화군은 수원시의 7개 자매·우호 도시 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고, 인구 감소율은 가장 높다고 한다. 이에 두 곳은 ‘생활 인구(특정 지역에 체류하며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 증가’를 목표로 ‘청량산 캠핑장’을 사업 대상으로 삼았다. 청량산 캠핑장은 2017년 1만1595㎡(약 3500평) 규모로 문을 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 문제 등이 발생했다.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 있는 '청량산 수원캠핑장'. 경기 수원시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인 우호도시 '봉화군'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청량산 수원캠핑장을 조성했다. 사진 수원시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 있는 '청량산 수원캠핑장'. 경기 수원시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인 우호도시 '봉화군'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청량산 수원캠핑장을 조성했다. 사진 수원시


수원시와 봉화군은 청량산 캠핑장을 자연친화형 캠핑장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봉화군이 부지와 기존 기반시설 등을 수원시에 10년간 무상임대 형태로 위탁하면 수원시가 시설을 개선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수원시는 20억 원을 들여 기존 숙박 공간을 재편성해 데크 야영장(9면)·쇄석 야영장(3면) 등 오토캠핑존 12면과 카라반(6면)·글램핑(7면) 등 숙박시설 18면을 꾸몄다. 카라반에는 장안마루, 화서마루, 팔달마루, 창룡마루, 화홍마루, 행궁마루 등 수원 화성(과 관련된 이름을 붙였다. 정원길, 바닥분수, 놀이터, 잔디마당 등 조경·놀이시설과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세면장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지역 경제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이용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말엔 자연체험, 야간 생태탐방, 캠핑 초보자 대상 캠핑클래스 등을 진행하고 계절에 맞춰 다도 체험(봄), 별자리 무드 등 만들기(여름), 개미집·팥 손난로 만들기(가을·겨울) 등도 추진한다. 청량산 도립공원 생태탐방, 봉화군 특산물 체험, 전통시장 탐방, 지역 축제(은어·송이·봄꽃 축제) 캠프 등 봉화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캠핑장 관리에는 봉화군민을 채용하는 등 일자리도 창출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민과 봉화군민 등은 캠핑장 이용료의 50% 할인해 주기 때문에 수원시민은 저렴한 가격으로 천혜의 환경을 가진 청량산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고, 봉화군은 관광객 증가 등으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매년 2만명이 넘는 이들이 청량산 수원캠핑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인구 감소는 소멸위기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라며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수원시와 봉화군의 우정 결실이자,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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