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간선거
美 재정·통화지원 효과 톡톡
자유전진당 40% 득표, 승리
입법 저지선 하원 92석 확보
세금·노동·연금개혁 등 속도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정당이 중간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원사격과 더불어 밀레이정부의 긴축정책을 포기하면 아르헨티나 경제에 혼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유권자의 경계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개표율 98%를 기준으로 밀레이의 자유전진당(La Libertad Avanza)이 40.7%를 득표해 페론주의 야당연합의 31.7%를 앞지르며 승리했다. 지역신문 클라린에 따르면 밀레이의 정당은 아르헨티나 대부분 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주요 야당을 크게 앞질렀다. 자유전진당은 특히 페론주의의 정치적 거점 역할을 해온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도 41.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선거에선 하원 전체 의석(257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7석과 상원 의석(전체 72석) 3분의1인 24석이 교체됐는데 선관위에 따르면 밀레이 정당이 하원 64석, 상원 14석을 새로 차지했다. 이에 따라 하원에서 기존 28석을 포함해 총 92석을 확보해 야당의 대통령 탄핵이나 입법저지를 막는 데 필요한 의석수(257석 중 3분의1)를 확보했다.
26일(현지시간) 치른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자유전진당을 이끄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며 자축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승리로 남은 2년여 임기 동안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뉴스1 |
이날 결과는 밀레이가 세금·노동·연금개혁 등 강력한 자유시장정책을 추진할 기반이 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결과발표 후 승리연설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실패 모델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기본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수십 명의 다른 정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이 있다"고 해 다른 정당과의 파트너십 의지를 내보였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몇 주간 지지율이 하락해 중간선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지방선거에서는 페론주의 야당에 크게 패했다. 이후 시장에선 밀레이정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페소화 투매로 이어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정치성향이 같은 밀레이 대통령을 위해 2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포함해 총 400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원을 제안했다. 중간선거를 불과 2주 앞둔 시기에 열린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그는 밀레이가 중간선거에서 지면 아르헨티나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며 선거에 개입하는 수준의 으름장을 놓았다.
아르헨티나는 밀레이가 취임하기 전에 월별 인플레이션이 12.8%에 달했으나 지난달 2.1%로 크게 낮아졌다. 산마르틴 국립대학교의 정치학자인 마리아 라우라 타기나는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긴축정책과 부패스캔들로 인한 피로감으로 하락했지만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경제위기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결국 집권당에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간선거 투표율은 약 68%로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아시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큰 승리"라면서 "그(밀레이 대통령)는 우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는 그에게 매우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고 반응했다.
같은 전용기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아르헨티나 지원금에 대해 밀레이 대통령의 경제계획을 지원하는 "다리"라고 평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