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낮은 회계 투명성이 '오천피' 발목 잡을라…기업·공공 모두 노력해야"

머니투데이 대담=양영권 증권부장기자
원문보기

"낮은 회계 투명성이 '오천피' 발목 잡을라…기업·공공 모두 노력해야"

속보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에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MT초대석]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회계 불투명성과 지배구조의 후진성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입니다. 코스피 5000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낮은 회계 투명성이 주가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최근 서울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관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69개국 중 60위를 기록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한국은 해당 평가에서 2021년 37위까지 올랐으나 4년만에 다시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최 회장은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공공 부문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지자체 민간위탁사업에 대해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민간 부문에서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지정감사제)가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 회계개혁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만큼 주기적 지정 감사제와 표준감사시간제가 본래 취지에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국회·학계·기업계와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며 "기업회계뿐 아니라 국가회계, 지방회계, 비영리회계 모두가 투명해야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사업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은 왜 필요한가요?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사업에 투입되는 국민 세금이 매년 14조원 규모입니다. 그런데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비영리 부문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관심과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죠. 그래서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사업비 부당 집행과 예산낭비 사례가 반복돼 왔습니다. 이미 유사한 성격의 국고보조금·지방보조금·공공위탁사업은 모두 소관 법률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도록 국가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업무 부담이 늘어나고 감사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유사한 성격의 국고보조금·지방보조금·공공위탁사업은 모두 소관 법률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도 국고보조금과 지방보조금으로 운영됩니다. 이미 외부감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중의 행정부담이나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 민간위탁사업자라면 모두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국고보조금법은 사업규모가 1억원 이상일 경우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사업의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할 수도 있고 지자체 조례에 위임을 할 수 있습니다. 법안 심사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처럼 공공 부문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한공회 차원의 활동이 있나요?

▶지난달 '지역투명성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가령 '경기도 광명시 투명성위원회'는 광명시에 거주하거나 법인 사무실을 낸 회계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경제산업전문가로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소상공인·비영리 단체에 회계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재정이 건강하게 운영되도록 앞으로는 회계·세무 관련 컨설팅 등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내년 11월 세계회계사대회(WCOA)를 한국 최초로 유치했습니다. 어떤 주제들을 준비하고 있나요?

▶특히 AI(인공지능) 시대 회계사가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공통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정감사제는 한국에만 있는 유일한 제도로 외국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정감사제가 도입된지 5년이 지났는데 실제 감사 시장의 질적 지표가 좋아졌는지 등도 세계 회계 주요 현안과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기업에 대한 지정감사제는 크게 완화됐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기업들에게 밸류업을 독려하면서 인센티브로 지정감사제를 면제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상 '밸류다운'이었죠. 현 정부에서는 지정감사제를 아마 (유예 도입 이전으로) 원상 복귀시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회계사회 중점 추진 사항으로 회계기본법 제정을 꼽았습니다.

▶민간 기업, 공공 부문, 학교 등에서 각각 조금씩 다른 회계 원칙이 있을텐데 이러한 회계 투명성을 사회 전체에서 아우르는 기준이 현재는 없습니다. '모법'(母法)에 해당하는 회계기본법을 제정해 이 기준 아래에서 각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한국회계학회에서 회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포함됐습니다. 지난 7월에는 한국상사법학회와 회계기본법 법조문(안)과 주무부처·정책 거버넌스에 대한 후속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조문 골격과 거버넌스 안을 다듬고 있는 과정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습처를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생이 1200명인데 8월에 열린 삼일회계법인 수습 회계사 채용에 1500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쌓인 미지정 회계사뿐 아니라 '빅4'가 아닌 다른 법인에서 수습을 하던 회계사들도 빅4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싶어 지원한거죠.


다음달에 내년도 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인원이 결정됩니다. 현실 상황을 반영해 합리적 수준의 감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정부와 관계자들을 설득할 생각입니다. 한국 경제 규모의 3배 수준인 일본에서 매년 1500명을 뽑는데 한국의 최근 회계사 선발 인원은 수습기관의 수요 대비 과한 측면이 있죠. 선발 인원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를 정해놓고 시장이 좋든 나쁘든 무조건 뽑으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재능기부 차원에서, 회계사회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회계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4년째 진행한 사업입니다. 올해 들어 서울은 지난해 15개교에서 40개교로, 지방은 15개교에서 22개교로 확대했습니다. '회계는 기업의 언어'입니다. 우리 경제를 위해서라도 학생들이 일찍부터 회계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한국 교육은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기업의 성과를 회계라는 정보값으로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대담=양영권 증권부장 정리=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