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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황새 가족’을 비극으로 내몰았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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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황새 가족’을 비극으로 내몰았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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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절멸했던 ‘텃황새’(사계절 내내 한국에서 서식하는 황새)가 우리 자연에 돌아온 것은 10년 전이다. 과거 한반도 전역에서 흔했으나 한국전쟁 여파와 살충제 오염, 밀렵 피해 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마지막 텃황새 수컷의 죽음은 특히 비극적이다. 1971년 동아일보가 ‘멸종위기 황새 부부’의 희귀한 산란 소식을 신문 1면에 알린 지 사흘 만에 사냥꾼 총에 죽었기 때문이다.



‘짝꿍’을 잃은 암컷은 홀로 20여년을 더 살았다. 서식지인 충북 음성군 금정저수지 일대를 10여년간 떠나지 않고, 무정란을 낳아 품으며 둥지를 지켰으나 결국 농약 중독으로 1983년 동물원에 구조됐다. 인공 번식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1994년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 단 한마리와만 짝을 이루는 황새의 습성처럼, 그도 죽을 때까지 새 짝을 찾지 않았다.



마지막 텃황새의 죽음은 국내 야생 황새의 멸종을 뜻했다. ‘과부 황새’의 죽음이 큰 관심을 받으며 황새 보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199호) 황새 인공증식 및 서식지 복원을 발표했고, 1996년 한국교원대 한국황새복원센터(현 황새생태연구원)를 중심으로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황새의 재비상을 염원하는 당시 분위기는 가수 윤도현이 부른 노래 ‘다시 날자 황새야’(1996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네가 떠난 그 하늘, 우리는 한참을 바라다봤지. 햇살 저 너머 날갯짓도 눈부시게 그렇게 네가 언젠가 돌아와 주기를.”



러시아와 독일에서 들여온 황새 4마리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 해마다 황새들이 8~15마리씩 방사됐다. 복원 10년을 맞은 올해, 지난해까지 자연에 방사된 개체는 122마리로, 현재 전국에 황새 25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순조로웠던 황새의 귀환이 지난 15일 경남 김해시에서 열린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에서 논란으로 얼룩졌다. 행사에서 방사하기로 한 황새 3마리 가운데 1마리가 내부 폭 30~40㎝ 목제 케이지에 100분간 갇혀 있다 끝내 폐사한 탓이다. 내빈 연설·축사 등 의전을 기다리다 황새가 탈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방사가 예정됐던 3마리는 예산 황새공원에서 태어난 황새 부부와 이들이 지난 3월 김해 봉하뜰에서 부화한 새끼 ‘옥이’였다. 이날 ‘아빠 황새’는 인간의 ‘방사 쇼’를 기다리다가 날개도 펴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어미 황새 ‘백이’는 새 가족을 꾸릴 수 있을까. 홀로 남은 황새가 새 짝을 찾는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김지숙 지구환경부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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