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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뺏고 협박까지"…출국하면 돌변하는 해외취업의 그늘

이데일리 염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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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뺏고 협박까지"…출국하면 돌변하는 해외취업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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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사기' 당한 해외 취업자들의 눈물
절대적 약자되는 구조…사실상 '무급 노동'까지
해외취업자 지원제도, 물리적 한계에 이용률 낮아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최근 ‘캄보디아 사태’ 이후 해외취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혹시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해외취업을 경험한 이들은 범죄가 아니더라도 권리를 상당수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 역시 해외에선 법적인 구제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범죄단지인 ‘태자단지’가 철조망과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범죄단지인 ‘태자단지’가 철조망과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국하니 말 바뀌는 해외취업…사실상 ‘무급 노동’까지

27일 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권지연(42·가명)씨는 지난해 9월 체코의 한 미용실에 취업했지만 두 달 만에 업주가 퇴사를 권고하면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해외취업에 다소 부담을 느꼈던 권씨가 체코행을 결심한 데에는 업주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 업주는 한국에서 면접까지 진행하며 “매달 60만원의 숙소비도 지원하고 비자 비용도 모두 내주겠다”고 제안했고 월 400만원은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하지만 업주가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퇴사를 권고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해당 미용실을 통해 비자를 신청한 권씨는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한 채 귀국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업주에게 “월급을 깎아도 괜찮다”고 말한 뒤 다시 비자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후 숙소비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었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업주는 권씨에게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한다”면서 관광비자로 일하라고 권하기도 했고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서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약 반 년간 ‘무급 노동’을 하다 결국 퇴사한 권씨는 지금도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16년간 미용사로 일했던 이모(42)씨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이씨는 생각보다 수당이 높고 숙소도 제공해준다고 하니 구직자 입장에서는 혹할 수 있지만 실제 이러한 조건이 지켜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이씨는 “업주가 처음에는 초기 비용을 내주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그 돈을 물어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황한 직원이 거부하면 여권을 빼앗아 협박하는 업주도 있었다”고 말했다.


재작년 캐나다의 한 소도시에 취업한 한모(36)씨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업주는 한씨가 일을 시작하자 급여와 관련된 약속을 뒤집었다. 고정급을 없애고 인센티브만 주겠다고 한 것이다. 한씨는 “최저시급보다 못한 월급을 받게 됐었다”며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 약 300만원을 들여 비자를 받았지만 결국 퇴사했다”고 전했다.

해외취업자 지원 제도, 15개국서만 운영…도움받기 어려워

이처럼 해외취업 관련 피해가 빈발하지만 도움을 받을 곳은 마땅치 않다. 현재 해외취업자가 현지에서 겪는 각종 문제에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운영하는 ‘해외취업 자문변호사’ 제도 정도밖에 없지만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이 코트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취업 자문변호사 자문실적’을 보면 연도별 자문 건수는 △2022년 190건 △2023년 245건 △2024년 198건 △2025년 3분기 167건으로 매년 200건 안팎이다. 지난해 기준 해외취업자 수가 572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제도를 활용하는 이는 3.5%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이 제도는 물리적 한계 탓에 상당수 국가에선 운영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미국, 베트남 등 15개국 총 22개 지역에서만 해당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코트라 관계자는 “총 28개의 거점 지역 중 인근에서 지원이 가능하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6개 지역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지원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체코에 거주하는 권씨의 경우 확실하게 대면으로 자문을 받으려면 독일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라마다 법이 달라 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해외취업자 본인이 조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양동규 오엔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큰 범죄에 연루된 사건이 아니면 대사관에서는 개입하기 힘들다”며 “해외에서 발생한 노동 관계의 문제는 현지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가 모두 한국인이면 국내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인 처벌이나 구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