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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광채’ 신라 금관 6점, 104년 만에 한데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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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광채’ 신라 금관 6점, 104년 만에 한데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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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전 들머리 공간에서는 신라 금관들 가운데 제작 연대가 가장 이른 5세기께의 교동 금관이 먼저 관객을 맞는다. 노형석 기자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전 들머리 공간에서는 신라 금관들 가운데 제작 연대가 가장 이른 5세기께의 교동 금관이 먼저 관객을 맞는다. 노형석 기자


찬란한 광채는 1500년 세월을 가뿐하게 견딘 자신감이었을까.



6개의 갖가지 신라 금관이 전시실 이곳저곳에 매달려 샛노란 황금빛으로 어두운 내부 공간을 채웠다. 신라 왕과 왕비, 왕족의 금관 6개와 금허리띠 6개는 각각의 자리에서 여전히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신라의 모든 금관과 금허리띠가 역사상 처음 한자리에 모여 장관을 펼쳐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꾸린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 현장을 27일 오전 언론에 처음 선보였다. 28일부터(일반 공개는 11월2일부터) 12월14일까지 신라역사관 ‘3a실’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경주 노서리 금관총 발굴로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지금껏 출토된 6점의 금관 전체를 사상 처음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사상 처음 한자리에 모이는 신라 금관 6점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교동 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 금관총 금관, 천마총 금관, 금령총 금관, 서봉총 금관.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사상 처음 한자리에 모이는 신라 금관 6점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교동 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 금관총 금관, 천마총 금관, 금령총 금관, 서봉총 금관.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이에 더해 황남대총 북분과 남분,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 천마총에서 각각 나온 6점의 금허리띠가 딸림으로 나왔고, 천마총의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 주요 신체 장신구까지 선보인다. 5~6세기 신라 최고 지배자 마립간 시대의 황금 문화유산 20건에 국보 7건, 보물 7건이 포함된, 신라 고고미술사의 맥락에서는 꿈의 구현이라고 할 만한 걸작 전시회다.



신라 금관은 나뭇가지와 사슴뿔 모양의 세움 장식이 관대에 붙고 곱은옥이 달린 달개 장식을 관대 아래로 늘어뜨린 모습이 전형이다. 기존 금관을 본 이들은 6개의 금관이 다 비슷한 모양새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만, 실제 전시는 각각의 금관이 신라 금관 특유의 전통적 디자인과 파격 사이에서 여러 다양한 조형적 시도를 모색했다는 것을 일러준다.



신라 금관이 출토된 고분에서 함께 나온 금허리띠들도 이번 전시에 처음 모아 선보인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남대총 남분 금허리띠, 황남대총 북분 금허리띠, 금관총 금허리띠, 천마총 금허리띠, 금령총 금허리띠, 서봉총 금허리띠. 국립경주박믈관 제공

신라 금관이 출토된 고분에서 함께 나온 금허리띠들도 이번 전시에 처음 모아 선보인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남대총 남분 금허리띠, 황남대총 북분 금허리띠, 금관총 금허리띠, 천마총 금허리띠, 금령총 금허리띠, 서봉총 금허리띠. 국립경주박믈관 제공


전시는 1969년 도굴됐다가 1972년 되찾은 교동 금관으로 시작한다. 나뭇가지 세움 장식 3개만 관대에 붙어 있는 단촐한 모양새를 띠지만, 1세기 만에 황남대총 북분 금관을 통해 나뭇가지 모양 세움 장식과 화려한 달개를 단 전형적 양식으로 발전한다. 이런 전통적 전형성이 황남대총 북분, 남분의 금제 허리띠로 이어진다는 것을 가로축 전시 동선을 통해 차분하게 일러준다.



황남대총 북분 금관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세로축 전시 동선에서는 위쪽에 서봉총, 금관총, 금령총의 금관을 배치하고 아래쪽으로는 금관총 금관의 관모와 날개형 모자 장식을 놓아 금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모와 날개 모자라는 신라 권력층 특유의 머리 장식이 있다는 점도 드러낸다. 그 옆에는 신라 금관의 마지막 시기인 6세기 초반 천마총의 금관과 허리띠, 팔찌 등의 각종 금제 장신구들을 무덤 주인 몸에 착장한 구도로 놓아 황금문화가 마무리되는 양상까지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전 전시장 벽에 나란히 내걸린 신라 금관들. 왼쪽부터 금령총, 금관총, 서봉총 금관이다. 노형석 기자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전 전시장 벽에 나란히 내걸린 신라 금관들. 왼쪽부터 금령총, 금관총, 서봉총 금관이다. 노형석 기자


각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국립경주박물관·국립청주박물관에 분산 전시된 탓에 개별 특징들을 견주며 보기 어려웠지만, 이번 전시에 모두 모이면서 조형 요소의 차이와 시기적 변모 등을 뚜렷이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황남대총과 금관총 금관처럼 세움 장식, 달개 같은 전통적 전형에 충실한 작품들과 봉황새 장식을 올린 서봉총 금관, 곱은옥이 사라진 금령총 금관처럼 파격을 꾀한 작품들을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각별하다.



무덤 주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으로 수놓은 천마총 금관과 신체 장신구 착장 모습은 부와 권력이 사후 계속되길 바랐던 신라인의 내세관도 짐작하게 한다. 전시를 꾸린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금관 제작의 전통과 파격, 양식의 시대적 변모를 축으로 삼아 이 축들이 서로 교차하는 전시 동선을 통해 신라 금관의 전모를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경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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