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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에 상대 안 돼" 자존심 강한 중국이 하얗게 질렸다… "심리부터 이길 수가 없어" 비판과 한탄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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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에 상대 안 돼" 자존심 강한 중국이 하얗게 질렸다… "심리부터 이길 수가 없어" 비판과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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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중국 배드민턴이 ‘안세영 공포’에 휩싸였다. 아무리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압도적인 경기력에 질렸다. 중국을 대표하는 여자 배드민턴 톱랭커들이 안세영에 연이어 패퇴하자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해볼 만하다면 모르겠는데, 워낙 압도적이니 이제 중국 팬들과 언론 모두 ‘포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심지어 잘 쓰지 않는 “두려워한다”는 표현까지 나오며 당분간은 안세영의 천하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최근 안세영의 페이스는 말 그대로 무결점에 가깝다.

여자 배드민턴 단식 세계 랭킹 1위인 안세영은 25일(한국시간) 프랑스 세송세비녜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중국·2위)를 2-0(21-13 21-7)으로 완파하고 올 시즌 9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계 랭킹 1위와 2위의 싸움이라면 뭔가 치열한 승부가 벌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단 41분 만에 안세영의 KO승으로 끝났다.

왕즈이도 세계적인 배드민턴 선수다.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언제든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세영은 왕즈이를 상대로 가공할 만한 상대 전적을 이어 가고 있다. 이날까지 통산 15승4패의 압도적인 우위다. 올해는 7번을 만나 7번 모두 안세영이 이겼다.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어느 종목을 봐도 1·2위의 상대 전적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왕즈이가 안세영과 대등한 승부를 벌인 것은 1게임 초반까지였다. 6-6으로 맞선 상황에서 탐색전을 마친 안세영이 치고 나갔다. 3연속 득점으로 상대 기를 꺾었다. 각도 큰 대각 스매시를 요소요소에 꽂아 넣었다. 왕즈이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하도록 흔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상황에서 안세영의 두뇌 싸움이 빛났다.

왕즈이는 체력적으로 힘든 안세영을 최대한 물고 늘어지는 전법을 썼지만 이미 중국 선수들의 전략에 익숙한 안세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16-12에서 절묘한 헤어핀으로 1점을 따내 승기를 잡았다. 먼저 흔들린 것은 왕즈이였고, 결국 실책까지 저지르며 안세영이 생각보다 손쉽게 1게임을 따냈다.


2게임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우위였다. 2게임 초반 분위기가 중요했는데 안세영이 시작부터 5점을 연속으로 내며 승부처를 지배했다. 가뜩이나 기량에서 밀리는데 2게임 초반부터 점수 차가 벌어지자 왕즈이는 전의를 상실한 듯했다. 덴마크 오픈 결승 당시에도 안세영이 경기 초반부터 치고 나가면서 1게임을 21-5로 크게 이긴 적이 있는데 당시 상황이 연상됐다.


안세영은 최대한 게임을 빨리 끝내려는 듯 왕즈이를 몰아붙였다. 13-6에서 5연속 득점을 하며 우승을 사실상 확정했다. 왕즈이는 전의를 상실했고, 그 다음 상황은 안세영의 우승 확정을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13개 국제 대회에서 9번째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안세영은 상금 6만6500달러(약 9500만 원)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이번 시즌 우승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지난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도전이 좌절됐던 아픔을 같은 곳에서 풀어냈다는 것도 중요했다. 당시 안세영은 숙적이자 라이벌인 천위페이(중국·5위)에 0-2의 충격패로 탈락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4강에서 천위페이를 혈전 끝에 잡은 것에 이어 결승에서 왕즈이를 꺾고 중국 배드민턴의 기세를 잠재웠다.


중국 언론은 그냥 안세영을 인정한 지 오래 됐다. 천위페이를 제외한 중국 톱랭커들이 유독 안세영에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나스포츠’는 27일 “중국과 한국 배드민턴 팬들은 거의 같은 반응을 보였다”면서 “안세영의 진정한 강점은 실력보다 압도적인 기세다. 그녀는 왕즈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준우승을 받아들이게 했다. 싸울 의지를 잃게 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 매체는 “흥미로운 점은 이번 경기와 관련해 한·중 네티즌의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는 것이다. 서로 비난하는 분위기 없이, 모두 ‘안세영이 압도적 격차로 앞서 있다’고 인정했다”고 분위기를 짚으면서 “중국 팬들조차 ‘국가대표팀에서 그나마 안세영과 맞설 수 있는 건 천위페이뿐이고, 왕즈이·한위에·가오팡제는 상대가 안 된다. 심지어 마음속으로 안세영을 두려워하고, 이기고 싶지도, 이길 수도 없는 심리 상태”라고 분석했다.


‘시나스포츠’는 “안세영을 상대로 한위에는 한 세트 3점, 왕즈이는 5·7점밖에 얻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실력 차이 때문이 아니라 투지와 자신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왕즈이가 너무 자연스럽게 준우승을 받아들였다. 준우승만으로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한 듯하다. 살기도 없고, 꼭 이겨야 한다는 기세도 없다. 오히려 관중보다 빨리 경기가 끝나길 바라는 듯했다”는 중국 네티즌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제 안세영은 배드민턴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업에 도전한다. 안세영의 한 시즌 최다 우승은 2년 전 9회다. 올해는 대회가 최소 두 개는 더 남아 있다. 호주 오픈, 구마모토 마스터스, HSBC 월드투어 파이널스 등이다. 한 번 더 우승하면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어 여자 배드민턴 역사를 쓴다. 남자까지 포함한 역대 기록은 모모다 겐토가 보유한 시즌 11승이다. 잔여 대회 수를 고려하면 안세영은 여기에도 도전할 수 있다.

‘시나스포츠’는 “안세영의 이번 시즌은 ‘공포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벽하다. 유일한 아쉬움은 세계선수권에서 천위페이에게 패했다는 것”이라면서 압도적인 시즌을 인정했다. 당분간 안세영을 막을 자는 천위페이 정도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치열한 혈전을 펼쳐 팬들의 박수를 받은 안세영과 천위페이는 통산 전적에서 14승14패로 팽팽하게 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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