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선수들의 몸짓도 커지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키우기도 한다. 긴장감 해소, 상대와 기싸움, 그리고 동료들의 사기 진작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실제 올해 모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는 의도적으로 세리머니를 키웠다. 긴장을 털어내고 함께 이 무대를 즐기자는 의도가 있다. 한화와 같은 팀 상황에서는 반드시 그래야 하는 대목이 있다.
이에 맞서는 LG의 팀 분위기 또한 관심을 모았다. 어쨌든 플레이오프를 통과하고 올라온 기세가 있는 한화다. 더그아웃 분위기 싸움에서 져서는 안 됐다. 그러나 LG의 방식은 정반대였다.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한국시리즈 1차전을 맞이한 LG는 시종일관 담담했다. 이른바 ‘오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수들은 출루해도 그냥 평소 수준의 세리머니를 했고, 어쩌면 정규시즌에서 짜릿했던 경기보다도 감정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경기를 승리로 이끈 이후에도 숨길 수 없는 미소만 보일 뿐 특별한 세리머니는 없었다. 그저 정규시즌 한 경기를 이긴 선수들 같았다.
1차전은 저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한화도, LG도 이날 7개의 안타는 같았다. 그러나 LG 타자들은 침착하게 경기를 끌어갔다. 긴장한 한화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잘 이용했다. 침착하게 공을 골라 나갔다. 제아무리 우승 팀이라고 해도 모처럼 경기에 나서는 데다 1차전이라는 긴장감이 있을 법도 했는데 LG의 경기에는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꼭 필요할 때, 자신들의 자리에서 모두 기능하고 있었다. 1회 시작부터 기회를 잡았다. 홍창기가 볼넷을 골랐고 신민재가 내야안타를 쳤다. 폭투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김현수가 2루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인 것에 이어 문보경이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때리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자신들의 힘으로 리드를 잡으면서 스스로 긴장감을 해소했다.
202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오히려 1차전을 내주면서 시작했던 LG였다. 모처럼의 한국시리즈에 타자들이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기 실력 발휘를 못했다. 실전 감각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한 LG 선수들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흠잡을 곳 없는 출발을 알렸다. 확실히 2년 전에 비하면 선수들이 더 침착하게 자기 경기들을 풀어나갔다.
2년 만의 통합 우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가운데 LG는 2차전에 ‘한화 킬러’ 임찬규를 선발로 예고하며 연승에 도전한다. 반대로 말해 한화는 LG의 이런 견고함에 구멍을 내야 하고, LG가 스스로 조급해질 정도로 몰아붙이는 기세가 필요하다. 한화의 반격은 LG로 하여금 “한화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할 때부터 시작된다. 서로 다른 공기를 가진 두 팀의 2차전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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