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에 한 번 열리는 클래식 음악계 노벨상
한강 수상했던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21일 개최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축제 최초 수상
"오늘의 무대는 비르기트 닐손(1918~2005)의 유산과 올해 비르기트 닐손상 수상자인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을 함께 기리는 음악 축전입니다."
2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konserthuset). 불과 10개월여 전 한국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바로 그 무대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다시 시상자로 섰다.
수산네 뤼덴 비르기트 닐손 재단 대표의 개막 선언과 함께 막을 올린 이 행사는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비르기트 닐손상(Birgit Nilsson Prize) 시상식. 스웨덴의 전설적 소프라노 닐손이 사재를 헌납해 만든 이 상은 3년에 한 번, 클래식 음악의 성취를 조명한다. 상금 규모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많은 100만 달러(약 14억 원). 올해는 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이 축제 단위로는 처음으로 수상하며 상의 지평을 넓혔다. 재단은 지난 5월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을 수상자로 발표하며 "현대 오페라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면서 오페라 예술의 계승과 음악사에 중요한 장을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한강 수상했던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21일 개최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축제 최초 수상
21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비르기트 닐손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왼쪽부터)으로부터 상을 받은 소피 주아생 엑상프로방스 시장과 폴 에르믈랭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이사장이 상을 들어보이고 있다. 수산네 뤼덴 비르기트 닐손 재단 대표도 박수로 축하하고 있다. ⓒYanan Li |
"오늘의 무대는 비르기트 닐손(1918~2005)의 유산과 올해 비르기트 닐손상 수상자인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을 함께 기리는 음악 축전입니다."
2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konserthuset). 불과 10개월여 전 한국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바로 그 무대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다시 시상자로 섰다.
수산네 뤼덴 비르기트 닐손 재단 대표의 개막 선언과 함께 막을 올린 이 행사는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비르기트 닐손상(Birgit Nilsson Prize) 시상식. 스웨덴의 전설적 소프라노 닐손이 사재를 헌납해 만든 이 상은 3년에 한 번, 클래식 음악의 성취를 조명한다. 상금 규모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많은 100만 달러(약 14억 원). 올해는 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이 축제 단위로는 처음으로 수상하며 상의 지평을 넓혔다. 재단은 지난 5월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을 수상자로 발표하며 "현대 오페라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면서 오페라 예술의 계승과 음악사에 중요한 장을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오페라의 미래 연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21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비르기트 닐손상 시상식에서 폴 에르믈랭(왼쪽)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이사장이 소피 주아생 엑상프로방스 시장과 함께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Yanan Li |
시상식은 바그너 소프라노로 명성을 누렸던 닐손의 바그너 '탄호이저' 중 '그대, 고귀한 전당이여' 영상으로 시작됐다.
뤼덴 대표의 말처럼 이날의 무대는 음악 축전이자 헌사였다. 닐손의 유산과 2019년부터 총감독으로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을 이끌어 온 연출가 피에르 아우디(1957~2025)의 비전, 그리고 오페라 '이노센스'의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1952~2023)의 예술혼이 교차했다.
아우디는 1948년 창설 후 모차르트 중심이던 축제의 레퍼토리를 현대 오페라로 확장하며 엑상 프로방스 페스티벌이 국제적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사리아호가 작곡하고 핀란드 작가 소피 옥사넨이 대본을 맡은 2021년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초연작 '이노센스'가 언급됐다.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다뤄 오페라가 사회적 주제를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핀란드 헬싱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을 거쳐 내년 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공연된다.
이날 무대는 '이노센스' 초연 지휘자이기도 한 수산나 멜키가 이끄는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로열 스웨덴 오페라 합창단, 바리톤 페테르 마테이, 테너 다니엘 요한손, 소프라노 마틸다 스테르비 등 스웨덴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꾸몄다. 이들은 닐손을 상징하는 바그너와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모차르트, 그리고 '이노센스'의 아리아를 차례로 선보였다.
2021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오페라 '이노센스'. 연출은 한국에서도 연극 '벚꽃동산'으로 이름을 알린 호주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맡았다. ©Jean-Louis Fernandez |
지난 5월 비르기트 닐손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별세한 아우디를 향한 헌사는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소감에서도 이어졌다. 폴 에르믈랭 이사장은 "여기 서야 할 사람은 아우디"라며 "그는 생전에 수상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이 상은 단지 영예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영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작품을 선보였던 영국 작곡가 조지 벤저민은 축사에서 "이 불안하고 어두운 시대에도 아우디와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은 오페라와 예술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상식 직전 스웨덴 왕립음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예술가들도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는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은 예술가에게 신뢰를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옥사넨은 "나 하나 때문에 페스티벌을 망칠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일하는 작가에게 '당신을 믿는다'는 그 한마디가 예술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으로 예술 존중 철학을 말하는 스웨덴
21일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음악원에서는 비르기트 닐손 시상식 축하 행사로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와 진행을 맡은 음악평론가 마누엘 브루크, 작가 소피 옥사넨과 작곡가 조지 벤저민. ⓒMaja Brandt |
스웨덴은 비르기트 닐손상을 비롯해 노벨문학상, 대중음악 분야의 폴라음악상까지 시상식을 통해 예술 생태계의 지속성과 혁신을 지원하는 국가적 철학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뤼덴 대표는 “스웨덴은 규모는 작지만 '스웨덴 음악의 기적(Swedish Music Wonder)'이라 불릴 만큼 성악 전통과 대중음악 모두에서 국제적 주목을 받아 왔다"며 "스웨덴의 많은 상은 개인의 자발적 의지에서 출발했지만 음악·문화·과학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르기트 닐손상 시상식은 단순한 수상이 아니라 닐손의 유산과 클래식 음악의 현재를 함께 축하하는 축제"라고 덧붙였다.
닐손의 유산은 젊은 스웨덴 성악가를 위한 닐손 장학금과 2018년 시작된 비르기트 닐손 페스티벌을 통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8월 열리는 페스티벌에서는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 무대에 오른다. 남스웨덴 보스타드의 테니스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야외 오페라다.
소프라노 비르기트 닐손. 위키미디어 커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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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2600490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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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