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북한은 핵 보유국” 트럼프, 방한 전 깜짝발언…김정은과 회동 성사 ‘촉각’

매일경제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원문보기

“북한은 핵 보유국” 트럼프, 방한 전 깜짝발언…김정은과 회동 성사 ‘촉각’

서울흐림 / 3.6 °
APEC 기간 만남 가능성 촉각

트럼프 “金과 아주 잘 지냈고
북한은 핵무기 많이 보유해”
비핵화보다 군축협상에 무게

金, 푸틴·習이어 트럼프만나
세계적 지도자 부각 노릴수도
李, 북미 만남땐 전방위지원
한반도 END 평화구상 속도


2019년 판문점에서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판문점에서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사실상 인정하면서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미·북 정상회담 개회에 대한 기대를 강력하게 발신한 가운데 실제 성사 여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손에 넘어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회동이 이뤄진다면 APEC 정상회의에서 최고의 외교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END 평화 구상’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김 위원장과 판문점 회동 가능성을 묻자 “그가 연락한다면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전날 백악관이 “이번 순방 일정에는 (북·미 회담이) 없다”면서도 “변동이 생길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긴데 이어진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만나는 데에) 100% 열려 있다”며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을 일종의 핵보유국으로 생각한다”며 “그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월 취임 당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르면서 김 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사실상 핵보유국과 같은 선상에 놓는 듯한 언급을 했다.

다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언급의 경우 김 위원장이 지난 달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비핵화가 아닌 안건으로 미·북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 중 가장 전향적인 표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북한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보여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결심만 선다면 미·북 회동이 성사될 수 있는 새로운 판이 만들어진 모양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길게 미국과의 ‘추억’을 이야기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설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며 “중국과 의견 교환도 했고 미사일 도발을 통해 대화 필요성을 고조시킨 것을 보면 북한도 분명 만남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도한 김 위원장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만나면서 국내외에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확립하고자 할 수도 있다. APEC 정상회의로 한국에 쏠리던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가져 오는 효과를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북 회담이 이뤄질 경우 미국과 북한의 소통 채널이 복원되고 본격 군축 협상 등이 시작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 사이 실무선에서의 대화는 전무하다. 정상 간 대화 의제가 협의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미·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최우선정책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의 ‘END 평화 구상’의 첫 단추이다.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이전과 달리 비핵화뿐만 아니라 교류와 관계 정상화의 중요성 역시 강조한 평화 구상이다.

미·북 정상의 메시지 발신 이후 32시간 만에 성사된 6년 전 판문점 회동 당시와 현재 북한의 처지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은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2019년 6월 김 위원장에게는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국제사회 제재를 풀고 체제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와 밀착해 제재 우회로를 마련했고, 중국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중국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관세 압박을 견딜 만큼 몸집이 커졌다.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축소까지 약속해야만 김 위원장이 대화 제안에 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