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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 핵무기 보유” 대화 제의에, 김정은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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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 핵무기 보유” 대화 제의에, 김정은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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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만날 가능성, 트럼프 “그렇게 하고 싶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러시아 방문 계획”
북, 협상에 유리한 고지 점령 의도 담긴 듯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오는 29일 방한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선택만 남은 상황이 됐다. 다만 북한이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벨라루스 방문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백악관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그가 연락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김 위원장)는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100% 열려 있다”며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낸다”고 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첫 순방지인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그들(북한)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 보유국)’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나는 그 점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할 계획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대화에 나서도록 유인책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불가역적 핵 보유국 지위”라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수용하는 듯한 의미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불렀고 지난 3월에도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뉴클리어 파워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의 합법적인 핵 보유국(nuclear-weapon states)과는 다르다.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만남을 제안하면서 북·미 정상 회동 성사는 이제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있게 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26일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벨라루스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최 외무상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방러한다고 이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벨라루스 방문까지 고려하면 최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인 29일~30일에도 해외에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안을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통상 정상회담에는 외무상이 동석한다. 양 정상의 2018·2019년 3차례 만남에서 당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동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6월 판문점 만남 하루 전 트위터를 통해 만남을 제안했을 때 즉각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이 화답했던 것과도 차이가 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대한 보이콧”이라며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을 위한 미·러 정상회담이 보류되는 등 미·러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러시아·벨라루스와 단일대오를 형성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시간을 끌며 북·미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이 ‘북 비핵화’라는 목표를 수정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 북한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그와 개인적 신뢰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양측이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는 3차례의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북한이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측 지역에서 청소 등 주변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며 양측 만남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면, 최선희 외무상의 방러는 연기될 수 있다”며 북·미정상회동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마련된 아세안 정상회의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특별히 저희가 아는 것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대비할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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