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
A씨는 지난 4월 서울 규제지역 내 한 아파트를 40억원에 구입하면서 부모를 임차인으로 하는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전세보증금은 25억원. 본인 자금 15억원만으로 4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인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편법 증여로 의심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토부는 올해 3~4월 서울 주택 거래 신고분을 대상으로 이상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편법 증여 등 위법 의심 거래 317건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국토부는 5~6월 이뤄진 위법 의심 거래에 대한 조사는 다음 달 중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9∼10월 부동산 거래 신고분 조사부터는 10·15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 또 이에 더해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비규제 지역인 경기 화성시 동탄, 구리시 등까지 지역을 넓혀 집중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경진 기자 |
초강력 규제가 담긴 10·15 대책이 시행되자 비규제 지역 중 입지가 좋은 동탄2신도시, 구리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탄2신도시 대장 단지인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호가가 1억~1억5000만원씩 오르고 있다.
국토부는 편법 증여, 법인 자금 유용 등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가 계속 적발되고 있는 만큼 수도권 부동산 기획조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위법 의심 거래는 올해 1~2월 136건에서 3~4월엔 317건으로 급증했다. 317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편법 증여와 특수관계인(가족·법인) 차입금 과다가 234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격·계약일 거짓신고(92건), 대출 용도 외 유용 등(47건), 공인중개사법 위반(1건) 등의 순이었다.
서울 주택 이상거래 기획조사 결과. 자료 국토부 |
사례를 보면 B씨는 서울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54억5000만원에 매수하면서 부친·모친·B씨가 사내 이사로 재직 중인 가족 법인(특수관계인)으로부터 31억7000만원을 빌려 거래 대금으로 썼다가 적발됐다.
김경진 기자 |
C씨 역시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42억5000만원에 사들이면서 기업운전 자금 목적으로 대출받은 23억원을 사업과 무관한 주택 구입에 투입해 금융위원회에 통보 조치됐다.
국토부는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강화된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이처럼 법인 자금을 활용하거나 편법으로 증여하는 수법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금융기관 대출, 특수관계인 간 차입금 등 자금조달계획서 기재 항목과 증빙 제출 자료를 강화해 더 면밀한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토허구역 관련해선 이달 20일 구역 지정 이후 거래 계약을 체결했으나 토지거래 허가를 회피하고자 계약일 등을 허위신고한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고, 토허구역에 부여되는 2년 실거주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시행한다.
금융위·금융감독원은 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을 적발하면 대출 금액을 즉시 회수하고 일정 기간 신규 대출을 금지하는 등 엄정 대응한다. 국세청은 편법 증여 등 세금 탈루 행위를 중점 점검한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허위신고, 편법거래 등 불법행위를 철저히 차단할 계획”이라며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관계기관과 공조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